아이티 희생자 800명 넘어…미군, 신형 상륙함 메사베르데호 급파
카리브 해의 가난한 나라 아이티를 폐허로 만든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가 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동남부 지역을 강타했다.
매슈가 동반한 강풍과 폭우 탓에 플로리다 주를 비롯한 미국 동남부 4개 주(州)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실시간으로 전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플로리다 주에서만 100만 명 이상이 정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집을 덮친 바람에 목숨을 잃은 사람도 나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주에 내려진 연방 차원의 비상사태를 노스캐롤라이나 주로 확대했다.
매슈는 7일 플로리다 주 동부와 중부, 조지아 주 동부를 강타한 뒤 8일 조지아 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를 거쳐 9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남부로 북상할 예정이다.
매슈로 쑥대밭이 된 아이티에서는 희생자가 8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군은 구호 인력과 물자를 실은 함정을 아이티에 급파했다.
◇홍수·정전 속출…플로리다·조지아 주 100만 명 추가 대피 = '살인 허리케인' 매슈가 상륙한 플로리다 주와 조지아 주 남부에서는 홍수와 정전 사태가 속출했다.
강풍에 힘없이 부러진 나무와 바람에 날려온 온갖 쓰레기 잔해들로 플로리다 주 데이토나 비치 등 일부 도시는 아수라장이 됐다.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한 나무는 마치 벼락에 맞아 쪼개지듯이 쓰러져 가옥을 덮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가장 먼저 매슈를 접한 플로리다 주에서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100만 명의 주민이 정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테마파크가 밀집한 올랜도에서도 약 10만 명이 정전으로 암흑에서 생활 중이다.
플로리다 주 잭슨빌 주민 50만 명과 조지아 주 서배너 주민 50만 명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이미 피난길에 나선 200만 명을 포함하면 300만 명 이상이 매슈를 피해 서부 내륙 지방으로 대피할 것으로 보인다.
CNN 방송은 현재까지 매슈로 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1명은 매슈의 직접 영향을 받았고, 2명의 사인은 간접 영향에 의한 것이다.
플로리다 주 볼루시아 카운티는 60대 여성이 마당에서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주다가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시 카운티 소방서는 호흡에 어려움을 겪던 82세 남성과 심장정지 신고를 받은 50세 여성도 매슈의 간접 피해로 목숨을 잃었다고 소개했다. 구조 연락을 받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매슈의 강풍 탓에 현장에 출동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마이애미, 잭슨빌 등 플로리다에 있는 8개 공항의 여객기 운항이 이날 전면 취소됐다. 8일까지 취소된 운항편은 4천500편이 넘는다.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발사 시설은 위기를 넘겼다. 강풍에 날아온 잔해들로 시설 지붕에 흠이 생기고 창문이 깨지기도 했으나 시설 안에 있던 로켓과 우주선 발사 시설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항공우주국은 밝혔다.
연방 국토안보부와 재난관리청(FEMA)은 오바마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구호 인력과 물자를 동남부 4개 주에 보내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매슈 4급→3급→2급으로 약화…그러나 '방심은 금물' = 현재 플로리다 주 잭슨빌 동쪽 64㎞, 조지아 주 서배너 남쪽 217㎞ 떨어진 지점에서 서서히 북서진하는 매슈는 미국 상륙 당시 4급 규모였으나 3급을 거쳐 7일 오후 5시 현재
2급 규모로 약화했다고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가 발표했다. 최대 시속 220㎞에 달하던 중심 풍속은 177㎞로 줄었다.
풍속은 약해졌으나 최대 381㎜의 집중 호우를 곳곳에 뿌릴 정도로 위력은 거세다. 폭풍해일로 높아진 2∼3m의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플로리다 북동부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남쪽 해안 주택으로 밀려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FEMA의 대책 보고를 받은 뒤 "가장 걱정되는 건 매슈의 강한 바람이 아니라 매슈로 인한 폭풍해일"이라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매우 위험한 허리케인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당부 사항에 꼭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이티 희생자 800명 넘어…미국, 병력 등 지원 인력·물자 급파 = 사회 안전망의 붕괴로 아이티에서 매슈에 숨진 희생자가 800명이 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미군은 구조 지원을 위해 해군 신형 상륙함인 메사베르데호를 이날 아이티로 급파했다.
해병대원 300명이 승선한 이 함정에는 CH-53 중무장 헬기 여러 대와 불도저, 생수 운반 차량, 음식, 의약품, 유아용 유동식, 기저귀, 응급용품 등이 실렸다.
또 하루 7만2천 갤런의 휴대용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2개의 수술실을 갖추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허리케인 대응 전담반의 세드릭 프링글 제독은 기자회견에서 "미군 헬리콥터 9대가 이미 아이티 현지에 도착했거나 이날 안으로 도착할 예정"이라면서 "미군 250명이 현지에서 피해 복구를 돕고 있으며, 며칠 내로 100명이 추가 파병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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