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선 초입까지 떨어지면 저점 매수" 의견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가운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장에서 예상하던 수준의 발언으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당장 큰 충격이 없겠지만 앞으로 나올 미국의 고용·물가 지표를 주시하면서 경계심리는 유지할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긴장시킨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잭슨홀' 발언에 대한 한국 증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옐런 의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 경제정책회의에서 "견고한 고용시장과 미국 경제전망 개선 측면에서 볼 때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어떤 불안요소에도 대응해야 하는 만큼 금리 인상 경로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구체적인 인상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시장에선 옐런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연 0.25~0.50%인 미국 기준금리가 머지않아 오를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점을 놓고는 이르면 9월이라는 관측과 미국 대선(11월) 후인 12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 증시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매파(금리 인상 선호)적이긴 하지만 시장이 예상하던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투자전략팀장은 "8월 중순 무렵부터 연준 지역 총재들이 돌아가면서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며 지나친 시장의 낙관론에 브레이크를 걸고 시장 기대치를 관리해 왔는데 옐런 의장의 발언도 이런 연장선에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올 12월에 한 차례만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해왔는데 이 전망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교보증권[030610] 김형렬 매크로 팀장은 "옐런의 이번 발언은 연내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음을 다시 한 번 더 넌지시 알려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옐런 의장의 발언이 알려진 뒤의 글로벌 금융시장 반응도 이런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01포인트(0.29%) 하락하는 데 그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오히려 6.72포인트(0.13%) 상승했다.
유럽권 증시에서도 영국의 FTSE 100 지수가 0.31% 오른 것을 비롯해 프랑스 CAC40(0.80%), 독일 DAX 30(0.55%) 등 주요 지수가 동반 상승했다. 옐런 의장의 발언이 알려진 뒤 오히려 오름폭이 커지는 흐름까지 나타났다.
김형렬 팀장은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옐런의 발언은 미국 경기에 대한 신뢰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일단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옐런 발언으로 조금 흔들릴 수는 있을 것"이라며 "만일 코스피가 2,000선 초입까지 하락하면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 리스크가 고조됐을 때 투자 대안으로 부각되곤 했던 은행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팀장도 "코스피가 옐런의 발언 때문에 떨어지더라도 제한적인 하락세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지난주 며칠 매도세를 보인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도 크게 악화하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037620] 팀장은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는 옐런 발언을 앞둔 경계감에 연고점을 연일 경신한 삼성전자[005930] 주식의 차익실현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매도세는 오히려 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옐런의 잭슨홀 연설이라는 시장 이벤트가 끝났지만 시장의 경계심리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승민 삼성증권 팀장은 "미국의 고용지표 등이 당분간 시장에 영향을 미칠 남은 변수"라고 말했다.
채권시장도 큰 충격을 겪지는 않겠지만 주초에는 금리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유 팀장은 "전 세계 채권금리가 과도하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옐런 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며 "한국 채권시장도 이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 1.25%까지 낮아진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여전한 만큼 국내 채권 금리의 상승세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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