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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는 5·18 기념일을 이틀 앞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훈·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3년부터 정부 주관으로 진행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으로 불리다가 2009년부터 합창으로 방식이 변경됐다. 당시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보수단체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합창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5·18 단체와 유족들은 제창 방식으로 돌아갈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정부 주관 행사를 거부하고 별도로 행사를 개최하는 등 그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진보진영 대표적 민중가요, 보수단체 반대로 갈등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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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합창과 제창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합창의 경우 TV카메라가 합창단에 집중되지만 제창 때는 대통령·국무총리·정당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의 모습이 전파를 타게 돼 정치적으로 큰 상징성을 띠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5·18 기념식 때 악보를 보지 않고 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족들과 제창한 모습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돼 화제가 됐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기념식 때 자리에서 일어나 이 노래를 부르지 않고 태극기만 흔들었다.
보훈처는 또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문제에 대해서도 ‘불허’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훈처는 “5대 국경일, 46개 정부기념일, 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정부가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추진…새누리도 제창 재고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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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과 소통 협치의 합의를 잉크도 마르기 전에 찢어버리는 일이라고 강한 항의를 했다”며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국회의 해임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제창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아직 (행사까지) 이틀 남았으니 재고해 주길 바란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번 3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협치(協治)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만큼 공식 기념곡 지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훈처에 제창 정도는 허용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올해 5·18 기념식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정부 주요 인사와 유족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18 정신으로 국민화합 꽃피우자’라는 제목으로 열릴 예정이다. 행사는 국민의례, 헌화·분향, 경과보고, 기념사,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의 순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