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레임덕 신호탄, 2017년 정권 재창출에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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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6시 지상파 방송 3사의 4·13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던 원유철 원내대표,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 황진하 사무총장, 이군현 총괄선대본부장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새누리 과반 의석 달성 실패’라는 자막에 김학용 의원은 “심각하네…”라며 굳은 표정을 지었고, 김성태 의원은 절망한듯 고개를 저었다. 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큰 격차로 패배한다는 결과가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아이고…”라는 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의 컷오프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주호영 후보(대구 수성을)가 이인선 새누리당 후보에 승리하자 “그러니까 (공천)줄 사람을 줬어야지”라는 원망의 소리도 들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 등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원 원내대표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것이 아닌가 싶다”며 “새누리당이 공천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운동 중 당 지도부가 국민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렸고 반성과 다짐을 하는 각오를 다지는 행사를 했는데 여러가지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는 짦은 소회를 밝히고 급히 당사를 떠났다.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을 단독으로 개정할 수 있는 180석까지 기대했던 새누리당의 꿈이 산산조각났다. 야권 분열로 전국 곳곳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형성돼 160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원내과반도 넘기지 못했다. 선거 중반까지만 해도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표를 잠식하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이 가져간 표는 더민주가 아닌 새누리당 표였다.
공천파동에 반발해 탈당한 ‘친여(親與)’성향의 무소속 당선자들의 도움 없이는 원내과반을 넘기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이다. 수년째 국회에 묶여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안과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안보 관련 법안을 처리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4대(공공·교육·금융·노동)개혁의 추진 동력도 잃게됐다.
집권여당의 패배는 곧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신호탄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도 야권과 탈당파 무소속 후보에게 12석 중 4석이나 내주면서 ‘친박(친박근혜)’계의 위기도 시작됐다. ‘친박 실세’ 최경환 대구·경북권 선거대책위원장은 “결과가 어떻든 민심으로 보고 겸허히 수용해서 반성할 일은 반성하고 개선할 점이 있으면 개선하겠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4·13 총선 패배로 새누리당의 연승 행진도 끝이 났다.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 2013년 4·24 재보선, 10·30 재보선, 2014년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 10·28 재보선까지 단 한번의 패배 없이 7전 7승의 연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로 2017년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