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김무성·김종인·안철수 '정치후배'들에 쓴소리
"철저한 국가관 없는 사람 대통령 꿈 꿔선 안 돼" 일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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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에서 “정치가 국민의 안녕을 생각하고 국민의 염려를 덜어줘야 하지만 정치인들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보다 국민들이 정치를 더 걱정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참석한 정치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행사장 맨 앞줄에 앉아있던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 현재 국회를 이끄는 지도부는 무거운 표정으로 김 전 총리의 일갈을 받아들였다.
김 전 총리는 “‘정치 똑바로 해라’라는 소리가 저의 귀에까지 들린다”고 지적한 뒤 “우리 정치, 조금 더 슬기롭게 본연의 기능을 찾아 밀고 끌고 왕성한 보조를 맞춰 전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정치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정치인은 무엇보다 먼저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고 나라와 국민을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둬야 한다”며 “철저한 국가관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 권력을 차지하려 한다거나 대통령 되는 꿈을 꾸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이런 조언은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무성·안철수 대표를 앞에 두고 나온 말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인생을 졸업한다’는 졸수(卒壽·나이 90세)의 김 전 총리는 이날 유독 수차례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김 전 총리는 “지금 비록 반신불수의 육신이지만 다행히 하느님께서 제 기억력을 어지간히 남겨주셔서, 길다면 긴 40여년 정치 여정의 주요 대목들을 되짚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90평생을 살아오면서 애증과 회환이 왜 없겠냐 만은 머지않아 내 육신마저 버리고 떠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지난날의 악연도 깨끗이 잊어버리고 전부 용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머리를 정갈하게 손질하고 체크무늬 정장차림을 한 채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휠체어에 앉아 이동하기는 했지만 단상 위에서는 스스로 원고를 넘기며 연설을 했고, 정치 후배들이 다가와 손을 잡으며 안부를 전할 때는 활짝 웃으며 일일이 답했다.
김 전 총리가 걸어온 정치적 행보에 존경을 표하는 후배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정의화 의장은 평소 김 전 총리가 자주 말해온 ‘정치는 허업이다’라는 말을 언급하며 “정치는 허업이란 뜻을 깨달은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김 전 총리가 아무쪼록 오랫동안 건강하시고, 시대를 읽는 혜안과 그 너머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저희 곁에서 후배들에게 지도 편달해주는 스승님으로 영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김 총재께서 증언해준 그 행간을 읽으면 (모든 면에서 어려움에 닥친)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이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답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안철수 대표는 “김 전 총리가 반세기 넘는 오랜 정치생활 중 정치언어의 품격을 지켜온 게 저희 정치 후배에게 정말 큰 귀감이 된다”고 밝혔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새누리당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홍구·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수한·박관용·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 많은 정치인들과 JP 지지자 수백명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