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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에 있어서 여야의 거대 양당체제 속에서 국민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다당제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사실상 창당 한 달을 맞아 4·13 총선 자체가 다당제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개혁적인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국민의당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드느냐에 따라 2017년 대통령 선거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국회의원 총선과 대선의 상관관계가 거의 희박해지는 추세여서 ‘총선은 총선’, ‘대선은 대선’으로 국민적 민심이 따로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많아 올해 총선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둔다고 해서 반듯이 그 당이나 후보가 유리한 것만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창당 한 달을 맞은 국민의당은 안철수, 천정배, 정동영, 박지원, 김한길, 박주선, 이상돈, 박선숙 등 정치적 거물과 대한민국 책사들이 모일대로 다 모였다. 단지 1% 부족한 마지막 퍼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합류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손 대표가 어떤 스탠스와 영향력을 취하느냐에 따라 향후 손 대표의 대선 행보와 국민의당의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당이 어떤 성적표를 내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 지형에 있어서 다당제를 실험하고 앞으로 이념과 정당의 거대 양극단 독점체제를 깰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의 의미있는 성적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국민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다당제 체제를 가져올 수 있을까?
첫째, 국민의당의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하루라도 빨리 국회의원 20석을 채워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갖추는 것이다. 국민의당에 야당의 거물 정치인과 책사들은 모일대로 다 모였다고 할 수 있다. 손 전 대표의 미합류가 다소 아쉽지만 정치와 선거에 있어 ‘천하의 책사’들인 천정배, 정동영, 박지원, 이상돈, 박선숙 등 거물들이 다 포진해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그 어떤 ‘선수’들과 붙어도 전혀 뒤지지 않고 경쟁력이 있는 경험과 전략을 겸비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다만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거대 여야 양당 구조 속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교섭단체 요건을 갖추지 못해 여야 협상이나 대국민 접촉, 언론 홍보 관점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치 거물과 선수들이 모여도 교섭단체를 꾸리지 못하면 정치적 소외, 언론의 소외, 여의도 국회 정치권의 소외, 결국 국민들로부터 존재감을 잃고 소외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당이 의미있는 성적을 이번 총선에서 거두기 위해서는 교섭단체를 하루 빨리 꾸리는 것이 지금 가장 급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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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공천 혁명도 좋지만 철저한 당선 위주로 총선 체제를 꾸려야 한다. 밑바닥 조직과 민심을 움직일 수 있는 당선 후보 위주로 공천을 해야 한다.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은 국민의당에 비해 그나마 현역 의원들이나 후보들이 넉넉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과 인물 공천, 인물 교체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최소한 이번 총선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교섭단체를 꾸리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서 ‘이길 수 있는 후보’, ‘꼭 이겨야 하는 후보’, ‘필승 카드’ 등 철저히 당선 위주로 가야 한다.
아무리 공천 혁명을 해도 선거는 결과로 말한다. 참신하고 새로운 인물들을 공천한다고 해서 선거에서 당선되고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며 현주소다. 이길 수 있는 후보, 당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후보들에 대한 공천과 함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나마 후보 풀이 넉넉한 호남에서는 정치적으로, 지역적으로 자산을 갖고 있는 현역 의원들과 지방의원 출신들을 적극 공천해 국회의원 한 석이라도 더 건져야 한다. 아무리 참신하고 혁신적인 공천 혁명으로 인물을 내 보내도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인지도와 지명도에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후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현역 의원들과 지방의원들이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영향력과 역량, 자산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당선 위주의 전략 공천을 해야 한다. 선거는 결과만 남는다. 정말로 투명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론조사만 해봐도 금방 특정 지역의 경쟁력 있는 ‘당선 위주’의 공천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현재 특정 정당에서 ‘공천 혁명’, ‘공천 혁신’을 한다고 하지만 이번처럼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총선 일정을 앞두고는 공정성이 담보된 여론조사가 그나마 ‘참신한 공천’, ‘당선 공천’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밑바닥 지역 민심과 정서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경쟁력과 자산을 가진 현역 의원들과 지방의원들의 그동안 경쟁력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광주와 전·남북 호남은 철저하게 당선 위주의 경쟁력 있는 현역 의원과 지방의원 중심으로 공천을 해야 한다. 비호남과 서울·경기 수도권 벨트는 철저하게 참신하고 전문성 있고 국민의당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으며, 당의 이미지와 지지율, 비례대표 의석 획득에 도움을 될 수 있는 과감한 새로운 인물들을 공천해야 한다.
셋째, 국민의당은 당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당은 지금 총선을 앞두고 선택과 집중으로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20명을 최소한 당선시켜야 하는 것이 마지노선이다. 20명의 의원을 가진 교섭단체는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는’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당에는 거물·스타 정치인들이 얼마든지 포진해 있다. 안철수, 천정배, 정동영, 박지원, 김한길, 박주선 등 이들의 정치적 자산과 영향력, 통찰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2012년 지난 대선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강철수’로 대한민국 정치 거물들을 한 데로 모은 ‘안철수의 통근 리더십’이 앞으로 적지 않은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손 전 대표의 합류가 관건이지만 대선 주자급 정치 거물들이 제3당의 교섭단체만 꾸릴 수 있다면 내년 대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새판을 짤 수 있을지는 교섭단체 20석을 이번 총선에서 획득할 수 있느냐가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당백(一當百)의 정치 거물들이 즐비한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만 해도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최대 파란이라고 할 수 있다. 공천 혁명도 좋지만 지금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선택과 집중으로 내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의당이 국민들의 어떤 선택을 받을 것인지는 온전히 국민의당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요건을 이뤄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한 달 후의 성적표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