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의 이번 쿠바 방문은 처음으로, 공식 일정표에는 라울 카스트로 현 의장과의 만남이 공지되어 있지만 2008년 사임한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과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카톨릭 매체 크럭스는 15일 교황의 이번 쿠바 방문이 매우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며 최소 7번의 연설과 야외미사, 그리고 주교들을 비롯한 젊은이들과의 만남이 준비되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교황의 쿠바 방문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미국과의 국교 재개 이후 이뤄진 것이라는 점으로, 교황은 그동안 단순한 자비와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종교적 연설이 아닌 정치적인 견해도 스스럼없이 내보이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와 소득 불평등 해소 등 진보 이슈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해왔던 인물로, 이번 카스트로 형제와의 회동에서도 어떠한 발언을 할 지 주목된다.
사실 쿠바는 1998년 존 폴 2세 교황과 2012년 베네딕트 16세의 방문을 맞으며 조금씩 변화를 꾀해왔다.
인구 1100만 명 가운데 60%가 카톨릭 신자인 쿠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종교적인 이유로 카톨릭 신자들에 교육받고 일할 기회를 주지 않았으며 종교적인 박해를 가했다.
1961년 쿠바가 정식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선포한 이후 350개의 카톨릭 학교는 국립화됐으며 수백 개의 교회는 몰수당했다. 136여 명의 성직자들도 추방당했다. 이후 1969년 당시 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은 유급 연휴였던 크리스마스 기간마저 폐지했다.
그러나 1998년 존 폴 2세 교황의 방문으로 크리스마스 연휴는 다시 부활되며 변화의 움직임이 모색됐다. 2012년 베네딕트 16세 교황의 방문시에는 당시 정권을 잡은 라울 카스트로 현 의장이 부활절 연휴인 굿프라이데이를 허용했으며, 교회들은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야외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황들이 카스트로 정권에 직접적으로 도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 교황은 미국내 거주하고 있는 쿠바 이주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창설 70주년을 맞은 유엔총회에 처음 참석해 28일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총 193여개의 회원국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16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하게 될 이번 총회에서 카스트로 의장이 변화된 모습으로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전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