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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전권을 위임 받은 김 실장이 25일 새벽 나흘 간의 남북 간 최고위급 회담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받아 내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이 통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이 확고하다고 해도 실제 북한과의 힘든 회담에서 도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 낸 김 실장이야말로 군 출신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국군최고통수권자인 박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었던 김 실장의 ‘콤비’와 ‘조합’이 결국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황병서 총정치국장·김양건 비서를 상대로 남북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25일 정확히 임기 반환점을 맞는 박 대통령은 김 제1비서가 집권한 이후 북한의 군사적 긴장 조성과 도발이 잦은 상황에서도 확고한 대북정책 원칙론을 지켜 이번 극적 일괄 타결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일단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인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강력하고도 단호하게 응징하고,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온다면 인도적 지원과 경제 개발에는 적극 협력할 수 있다는 투트랙 전략이 통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함께 20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28사단 지역에 대한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한 응징 의지를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반면 이번 지뢰와 대북 확성기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응징 행보를 실제로 보여줬다.
일촉즉발 상황까지 치닫던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우려가 지난 21일 북한의 극적인 대화 제의와 우리 측의 수용으로 22일 판문점에서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최고위급 회담이 처음으로 열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췄다.
대북전문가인 윤규식 한국자유총연맹 사무총장은 25일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최고위급 회담이 열렸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원칙이 어느 정도 통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지난 21일 전투복을 입고 국군최고통수권자로서 육군3야전군사령부를 직접 순시하고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한 것이나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한 것은 안보와 인도적 지원은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대북 원칙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총장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갈수록 북한 도발의 악순환을 끊고 이번 북한 도발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되고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정서였다”면서 “이번 회담 타결을 계기로 전쟁을 각오하면 평화를 지킬 수 있지만 전쟁을 두려워 할 때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잘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준전시상태에 돌입한 지난 21일 전투복을 입고 육군3야전군사령부를 현장 순시하면서 “북한의 어떤 추가도발에도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우리 군에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에도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직후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직접 주재하면서 “북한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우리 군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지난 22일부터 나흘 간 ‘강행군’ 회담을 한 김 실장의 평소 흐트러 질 줄 모르는 ‘강골’ 군인 기질이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특히 김 실장은 3년 6개월 동안 국방부 장관을 할 당시 해마다 국회에서 크고 작은 상임위원회 회의와 예산안 처리, 국정감사 때도 밤샘 질의와 출석을 하는 과정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꼿꼿하게 몸가짐을 해 국방부관계자들이 ‘곤욕’ 아닌 ‘곤욕’을 치르곤 했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들이 밤을 새야하는 김 실장에게 “장관님, 잠시라도 눈을 좀 붙이시죠?”라고 권유하면 오히려 “난 괜찮다. 자네들이나 잠시 좀 쉬도록 하지”라며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꼿꼿하게 군인으로서의 몸에 밴 정자세를 하고 앉아 밤을 지새곤 했다고 한다.
올해 한국 나이로 67살인 김 실장은 눈에 힘을 주고 강한 어조로 말해 ‘레이저 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 실장이 한 치의 흔들림이나 흐트러짐 없이 나흘 간 동갑인 황 총정치국장이나 김 비서(73)를 상대하면서 치열한 막판 기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고 우리 측 입장을 관철시키고 접점을 찾았다.
통일과 대북 정책에 있어 확고한 원칙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군 출신’ 김 실장이 한 치의 흔들림이나 흐트러짐 없이 노련한 황병서·김양건과 극적으로 막판 일괄 타결이라는 담판을 지은 것이다. 군 출신으로 합참의장과 국방부장관을 거쳐 국가안보실장까지 ‘승승장구’ 한 그가 앞으로도 외교안보 현안에 있어서 어떠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지 적지 않게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