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일하며 버는 돈으로 그룹홈 운영비 지불
"더 큰 관심으로 장애인 자립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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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상주하는 사회복지사와 남성 장애인 3명, 그리고 기자가 함께 단열 에어캡을 유리창 곳곳에 붙이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룹홈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일반 가정과 다르지 않다. 방 세 개와 거실이 갖춰져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는 다세대주택에 위치해 있어 이곳이 장애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장소라는 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거주 장애인은 모두 20~30대 성인으로 모두 남성이다. 한승택씨(35·가명·조로증), 신영민씨(33·가명·다운증후군), 이정호씨(29·가명·뇌병변)이 그들이다.
장애인들이라 온전히 기자와 사회복지사만 일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불편한 몸을 이끌면서도 이들은 창문을 닦고 에어캡을 가위로 자르는 작업을 능숙하게 도왔다. 의사소통도 문제 없이 이뤄졌다.
이들은 모두 자기 직업을 갖고 있다. 한씨와 김씨는 당산동에 있는 IT업체 직업훈련센터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이씨는 가산동 블랙박스 제조 업체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때만 활동보조인이 출·퇴근을 도울 뿐 평상시에는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고 있다.
사회복지사 김모씨(50·여)는 “처음에는 1호선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천안행과 인천행을 구분하지 못하고 내릴 곳도 찾지 못해 수원·평택 등에서 헤멜 때도 있었지만 몇 번 다니다보니 익숙해져 이제는 아무 걱정이 없다”고 전했다.
그룹홈 운영비도 이들이 일정 부분 부담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활동보조비 등으로 월 70만원을 받으면서 다달이 30만원씩 운영비로 지불한다. 이와 함께 서울시에서 분기별로 지급되는 170만원 정도를 더해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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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미국·일본·스웨덴 등의 장애인 생활 모델을 지난 2년 전부터 한국에 도입해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며 “제가 속한 사회복지법인도 서울에서만 약 29개의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해 생활비를 벌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자, 타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는 자를 선별해 대형 사회복지시설에서 그룹홈으로 이동하도록 한다”며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주위의 많은 관심을 통해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온전히 자기 스스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을 자립의 의미로 봐 왔지만 미국에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판단해 생활하는 것까지 자립의 범주로 넣는다”며 “타인의 도움을 통해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모델을 이들이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