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구 이병이 “각목으로 맞은 다음 정신을 잃었고, 생활관으로 옮겨진 뒤 잠깐 의식이 돌아왔지만 이후 다시 의식을 잃었다”고 말해 군대 내 구타에 대한 군의 축소·은폐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육군에 따르면 병역 의무를 수행하던 중 2012년 2월 18일 뇌출혈로 쓰러진 구 이병의 가족들이 제기한 구타 의혹과 관련해 재수사를 통해 규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 이병은 당시 부대 배치 후 19일 만에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가 최근 의식을 회복했다. 구 이병 가족들은 뒤통수에서 발견된 상처 흔적을 군 헌병대에 제시하면서 구타당한 의혹을 제기했지만 군은 당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 이병과 가족들은 최근 기적같이 의식을 회복한 뒤 당시 상황과 관련해 구타를 당해 쓰러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육군은 이날 구 이병의 의식이 돌아오면서 가족들과 함께 제기한 구타 의혹에 대해 정부 관계기관·민간 수사기관 등과 공조해 가족이 원하면 가족을 참여시킨 가운데 재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육군은 당시 진료기록 등을 통해 사실 관계 여부를 다시 확인하고, 필요하면 민간 수사기관하고도 협조해서 추가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구 이병이 쓰러질 당시 군의관이나 민간병원 의사가 뇌동 정맥 기형에 의한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고 소견을 밝혔고 그 당시에는 상처가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면서 “목 뒤에 있는 상처는 구 이병이 입원해서 2주 이상 지난 3월 5일에 부모가 상처를 발견하고, 구타에 의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건 당시 군의관이 욕창이라고 이야기 한 것과 관련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사실관계를 수사하는 수준으로 다 다시 확인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상식적으로 각목으로 맞아서 그렇게 3㎝ 정도의 두피가 벗겨지지 않는다. 당시 의사 소견도 그렇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하지만 그런 내용들이 그때 자기공명영상(MRI)도 찍어봤을 테고 의사 소견이 남아있는 기록들을 모두다 다시 확인할 계획”이라면서 “육군이 모든 사실을 다시 확인해서 정리가 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관계자들이 모두 전역한 만큼 앞으로 수사 범위와 방향에 대해 김 대변인은 “민간인들은 어차피 군에서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벗어나기 때문에 당시 진료기록들을 통해서 사실관계 여부를 다시 확인하고 필요하면 민간 수사기관과 협조해서 추가로 할 계획”이라면서 “군은 이런 것들을 전혀 숨길 이유도 없다. 의도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사고 다음 날 군 헌병대가 작성한 ‘중요 사건보고’에 따르면 구 이병은 2월18일 오전 일과를 마치고 오후 3시께 생활관으로 복귀한 뒤 두통을 호소하다 잠을 청했다. 2시간 뒤인 5시께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생활관에서 35m 떨어진 화장실로 뛰어가 구토를 했고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적혀있어 군의 의도적인 구타·가혹 행위에 대한 축소·은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군은 구 이병이 쓰러진 이유를 ‘뇌동정맥 기형에 의한 뇌출혈’이라고 보고서에 적었다. 외상 여부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어떤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년7개월 만에 입을 연 구 이병은 취사 지원이 끝난 후 선임병 7명이 생활관에서 약 300m 떨어진 창고 뒤쪽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 각목으로 뒷머리를 구타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구 이병은 “각목으로 맞은 다음 정신을 잃었고, 생활관으로 옮겨진 뒤 잠깐 의식이 돌아왔지만 이후 다시 의식을 잃었다”고 말하고 있다. 구 이병 가족들은 “군이 구타 사건을 은폐하고 사고로 처리했다”면서 “사고 후 머리 뒤쪽에 외상을 발견하고 구타가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지만 군은 단순히 ‘욕창’이라고만 할 뿐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