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015년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불안한 환율, 저성장 트라우마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런 상황에서도 떠오르는 업종이 있고, 외면받는 업종도 있다. 어느 업종이 오르고 내릴지 맞히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산업별 기상도를 그려봤다.
◇정보기술(IT): 반도체·인터넷게임 ‘맑음’, 휴대폰·전자부품 ‘비’
△반도체: DDR4 시대가 열린다
데이터 소비 패턴은 기존 데이터 저장에서 스트리밍으로 변화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가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게 됨에 따라 기기 내 데이터 처리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하는 D램(DRAM)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비해 성능이 두 배 향상되고 전력소모가 30% 이상 개선된 DDR4는 2015년 서버, 2016년 PC에 본격적으로 채용되면서 차세대 DRAM 솔루션으로써의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게임: 모바일메신저와 동반성장
10년 전 PC인터넷 보급시기와 유사하게, 스마트폰 순 이용자 수의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바일 사용시간이 PC사용시간의 4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모바일메신저가 소셜그래프를 핵심으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전자부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성숙국면에 접어든 스마트폰의 성장성은 다시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가에서는 애플과 중저가에서는 중국업체들과 경쟁 해야 하며, 아직 엄청난 혁신도 찾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대를 모았던 스마트워치도 시장 규모가 미미하며, 제조업체나 부품업체가 만족스러운 이익을 얻기도 어렵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가파른 이익 하향을 겪고 있는 IT부품소재 산업이 2015년에 다시 성장을 이어가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며 “삼성전자는 향후 스마트폰으로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고, 부품사들은 더욱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무거워진 발걸음 ‘흐리거나 비’
△자동차: 속도가 나지 않는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의 저성장세가 예상된다.
미국은 리먼 사태 이전의 정상수요를 회복했지만, 유럽의 회복세는 더디다. 성장시장인 중국도 향후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성장 기조하에서 제조업체별 경쟁심화,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는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예년에 비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적시적소’에 적합한 모델을 누가 먼저 내놓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 공급과잉의 시대
글로벌 저성장과 국제유가 약세 기조로 전방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엔저를 앞세운 일본과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
LNG선은 수요증가가 기대되지만, 업황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드릴십 수요감소를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철강금속: 고로가 식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한계가 있다.
특히 건설과 조선에서 일부 수요 개선이 있을 수 있지만, 글로벌 과잉설비를 고려할 때 전체 업황의 반전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 중국 철강재의 수출 확대가 예상되고 국내에서도 이미 후판과 철근의 유휴 설비가 존재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박성봉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2015년 전세계 철광석 생산량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메이저 광산업체들이 공격적인 가격할인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철광석 가격은 2015년에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 ‘흐린 뒤 갬’…구름 걷힌다
△은행: 완만하게 간다
큰 틀의 정책과 규제는 은행업종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계부채 대책과 더불어 기준금리가 인하된 것은 마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예상치는 6.5%로 과거보다 낮지만, 꾸준히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보험·증권: 쨍하고 해뜰날
금융규제 개혁 등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침체돼 있던 증권업은 정책적 효과가 기대된다.
주식시장 활성화, 배당 확대 유도책 등으로 자본시장에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보험에서는 재무건전성 강화가 진행 중이다.
다만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건전성 규제도 시장 친화적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내수소비: 중국·노령화·모바일에 집중하라
△화장품·레저: 화려한 라인업의 그림자
2015년 화장품 시장은 견조한 중국시장 성장에 힘입어 11조8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인바운드는 2014~2017년 연평균 성장률이 18%로 예상된다. 점차 둔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성장 여력을 가지고 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면세점과 외국인 카지노, 화장품 업종에 관심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인구구조 변화, 하향 구매 등의 소비 트렌드 변화는 부담이다.
△헬스케어: 꽃보다 100세
한국 헬스케어 산업은 거대한 변화 속에서 성장할 기회를 맞이했다.
가파른 인구노령화에 의해 노인 의료비 증가가 지속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회사의 기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파트너로 기술 수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높은 의료 수준과 낮은 의료 가격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 환자가 늘고 있고, 의약품 수출도 성장세다.
이외에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신산업이 태동 중이다.
△유통·의류: 고객 맞춤형 진화가 필요하다
내년 온라인쇼핑이 전체 소매시장의 20%에 육박할 전망이다.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느 국가의 브랜드 제품이든 어려움 없이 구매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응해 백화점 업체들의 공격적인 채널 확대와 브랜드 내재화 작업이 예상된다.
단 소매판매액을 제외한 전반적인 소비지표의 양호한 회복세와 달리 소비 회복의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스몰캡 : 편리해도 안전이 ‘최우선’
2015년 스몰캡 키워드는 편리·안전·건강이다.
편리함에 대한 욕구로 보안성과 편의성을 겸비한 근거리 통신인 NFC 확대가 기대되며, 100세 시대에 따라 의료기기·제약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2014년 재난안전사고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안전에 대한 투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도로, 다리 등 사회 인프라 시설물 가운데 30년 이상 경과해 노후한 시설물이 1984년 325개에서 올해 2328개로 급증해 안전투자에 대한 필요성 커지고 있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스몰캡 팀장은 “한국의 안전수준은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안전 수준의 향상을 위한 투자는 학교, 공공시설 등 생활기반시설 전반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주회사 : 지배구조 규제변화와 이벤트로 부각
비지주회사 기업집단들이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순환출자, 금산혼재를 해소하면서 지주회사 또는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상속 등에 따른 지배력 강화 필요성에 신규순환출자 금지·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가능성·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공정과세 강화·조세특례 일몰시한 도래 등 규제환경 변화가 더해져 지배구조 개편의 촉매 역할을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