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윤 일병 사망 사건 때문에 육군참모총장까지 교체되는 ‘비상시점’에서 또다시 동반 자살 사건이 발생해 군이 적지 않은 충격과 난국에 빠져 드는 형국이다. 더구나 12일 오후에는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육군 3군사령부 직할부대 사격장에서 실탄을 지급받은 관심병사인 윤 모 일병(21)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각에서는 군 안팎에서 병사들이 자살을 하고 있는 것은 지금 우리 군이 더 이상 과거의 병사 관리식으로는 도저히 병사들을 관리할 수 없는 ‘과도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자살을 한 두 병사는 28사단 예하부대의 같은 생활관에서 복무했던 A(23)·B(21) 상병이다. 둘은 휴가를 나왔다가 11일 밤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21층 베란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 상병과 B 상병은 입대 후 군 복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심병사들로 각각 8회, 7회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상병은 지난 5월 2일 인성검사 때 자살예측 판정과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으며, B 상병은 지난해 인성검사 때 자살 충동과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B 상병은 후임병에게 “8월 휴가 중 A 상병과 동반 자살하려고 한다”고 말해 후임병이 분대장에게 보고했지만 이런 사실이 간부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 안에 자살 가능성이 큰 병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도 최전방 부대의 A급 관심병사 2명이 영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올해 들어 전날까지 46명의 장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방부의 군 사망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올해 8월 11일까지 자살 장병은 모두 820명에 달한다.
연평균 자살자는 2004∼2008년 72.6명이었지만 2009∼2013년에는 82.2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79명이었다.
관심병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군내 자살사망 사건이 최근 10년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군 당국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만든 인성검사 평가서를 이용해 식별한 관심병사를 ‘A급’ 특별관리대상, ‘B급’ 중점관리대상, ‘C급’ 기본관리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윤 일병이 가혹행위로 숨진 28사단 소속병사 2명이 또다시 동반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자 유감을 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28사단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신뢰와 능력을 잃은 군에 맡길 것이 아니라 민간전문가들이 포함된 대대적인 특별감찰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