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윤 일병 사건을 폭로한 군 인권센터 등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군의 의도적인 축소·은폐 사안이기 때문에 철저한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군의 또다른 ‘꼬리자르기’ 의도가 아닌가하는 비판이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후속조치로 김 안보실장이 주관한 특별 군 기강 확립 대책회의가 4월 중순에 열렸고, 뒤이어 5월에는 육참총장 주관으로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가 열렸다는 점에서 당시 군 수뇌부가 사건 전모를 몰랐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 감사관이 전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감사 과정을 중간 보고했는데 ‘현재까지 감사결과 윤 일병 사건의 상세 내용이 당시 김관진 장관과 권오성 총장에게는 보고되지 않은 것 같다’는 취지의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 5일부터 한 장관의 지시로 28사단·6군단·3군사령부·육군본부·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 관련 부대와 기관을 상대로 윤 일병 사건 보고 과정의 문제를 감사하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윤 일병이 사망한 다음 날인 4월 8일 오후 윤 일병이 당한 가혹 행위의 상당 내용이 담긴 15쪽 분량의 28사단 수사보고서를 온라인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는 선임병들이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이고 가래침을 핥게 하는가 하면 수액주사(링거)를 놓고 폭행을 했다는 내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같은 날 오전 당시 김 장관에게 윤 일병 사건의 개요를 ‘육군 일병, 선임병 폭행에 의한 기도폐쇄로 사망’이라는 제목의 1장짜리 문서로 보고했다.
국방부는 당시 김 장관이 이후에도 윤 일병 사건의 상세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국방부 감사관실도 이와 유사하게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보고과정에서도 권 전 총장에게는 사건의 상세한 내용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감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육참총장 보고라인으로는 군사령관 지휘보고와 인사참모 참모보고, 헌병·검찰의 수사기관 보고 등이 있는데 모두 상세내용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 국방부 감사관실의 잠정 결론이라는 것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보고는 군의 생명인데 윤 일병 사망 사건처럼 군의 극악한 집단 구타·폭행 행위에 대한 보고가 당시 김 장관과 권 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휘보고’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만일 윤 일병 사건이 제대로 지휘보고가 됐는데도 군 수뇌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우리 군이 아직도 윤 일병 사건에 대한 심각성을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이번에도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