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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건으로 들춰 본 ‘예비역 軍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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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기자

승인 : 2014. 08. 08. 06:30

국방부 2000·2003년 병영문화 개선 시도
예비역들 "구타 당해도 소원수리 못해"
권익위 "병영문화 개선 위해 국방부가 기득권 포기해야"

“10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끔찍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2004년 경기 양주 모 육군부대에서 복무한 예비역 강모씨(30)는 이번 ‘윤 일병 사망 사건’을 접하고 자신의 오래전 군 생활을 반추했다.

강씨는 “윤 일병이 선임들에게 당한 것처럼 예전에도 수면통제 등의 가혹행위와 구타가 존재했다”며 “하지만 군대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로 인해 당시 이런 일들은 자연스레 묵인되기 일쑤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일례로 A 상병이 야삽으로 B 이병의 머리를 가격, 내무실 바닥에 피를 철철 흘리고 쓰러진 일이 있었는데 내무실 전원이 이를 숨기고 B 이병이 실수로 관물대에 부딪친 것처럼 둘러댔다”며 “그 후 B 이병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괴로워했다”고 귀띔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0년 국방부는 ‘신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03년 8월 각 부대에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하달, 군대 내 구타 및 가혹행위 등의 악습을 철폐하려 했지만 그 당시 병사로 복무한 상당수 예비역들은 모든 정책이 허울에 불과했다고 딱 잘라 말한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육군 병영생활 행동강령은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간 명령·지시·간섭 금지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 및 가혹행위 하지 않을 것 △폭언·욕설·인격모독 등 일체의 언어폭력 금지 △성 군기 위반행위 금지를 주 내용으로 한다.

특히 강령 위반사례의 피해자나 이를 발견 또는 인지한 자는 지휘계통·병영생활 고충상담관·군 수사기관·내부공익신고센터 등을 통해 전화·이메일 등 각종 수단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자를 보호, 비밀이 유지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강씨는 군 특유의 억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복무 당시 구타 및 가혹행위 등을 당해도 신고하기 어려웠으며 신고자는 즉각 부대 내 소문이 돌아 되레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6년 강원 철원 모 육군부대에서 군 생활을 마친 박모씨(30)는 “선임이 근무시간을 조정, 위병소나 탄약고에서 폭언하고 취침 시에는 귀에 대고 갖은 욕설을 퍼부었지만 소원수리 종이에 적지 못했다”며 “일전에 한 병사가 소원수리를 적었다가 지휘관에게 자주 불려가며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또 다른 예비역 강모씨(30)는 “우리 부대에서는 소원수리 종이를 같은 병사 신분인 분대장이 걷어 지휘관에게 제출하는 방식이었다”며 “구타 및 가혹행위 내용을 적으면 병장 계급의 분대장이 즉석에서 읽고 삽시간에 소문이 퍼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사가 ‘보급품 요구’ 등의 내용을 적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했다”고 말했다.

국민권위원회에 따르면 강령이 정착된 2004년 이후 군 사망자 수는 △2004년 135명(자살 67명) △2005년 124명(자살 64명) △2006년 128명(자살 77명)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이를 두고 국방부는 전반적으로 감소추세라는 점을 부각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더욱이 국방부는 국방통계연보에 폭행 및 기타 사고 건수를 △2004년 3건(폭행 1건) △2005년 2건(폭행 1건)으로 기록했다. 군 당국이 마련한 소원수리 등의 신고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서상원 권익위 국방보훈민원과 조사관은 “병영문화 개선의 핵심은 국방부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데 있다”며 “군 내부적인 신고를 처리하는 것이 아닌 권익위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을 통해 신고 처리가 이뤄져야 병영문화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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