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도용·마약 밀매 판매창구 오명
하마스·IS 등 테러단체도 채널 운용
처벌 위기 CEO, 뒤늦게 해결책 제시
러시아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2016년 2월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
이러한 보도는 러시아 태생으로 프랑스·아랍에미리트(UAE) 복수 국적자인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39)가 아동 포르노·사기·사이버 괴롭힘·마약 밀매·조직범죄·테러 옹호 등 각종 불법 콘텐츠가 텔레그램 내에서 무분별하게 유포·확산하는 걸 방치했고, 법 집행기관과의 협력 부족을 이유로 형사 처벌을 받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나왔다.
NYT는 1만6000여 개의 채널에서 320만 건 이상의 메시지를 4개월간 분석해 텔레그램이 마약상·사기꾼·백인 우월주의자 등이 범죄 활동·허위 정보·아동 성적 학대 자료 등 사업을 공공연하게 하거나, 테러 및 인종차별 등 독성 발언을 퍼뜨리는 글로벌 시궁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두로프 CEO 체포를 계기로 소아성애자 조직·신원 도용범·마약 밀매범들이 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판매 창구로 이용한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며 텔레그램이 해킹된 데이터와 무기부터 불법 마약·아동 성적 학대 자료까지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최고의 인터넷 플랫폼이 됐다고 전·현직 법 집행 관리들과 사이버 범죄 연구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ISIS(이슬람국가·IS의 옛 이름)·기타 테러 단체들이 수십 개의 채널에서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는데, 하마스 관련 40여 개 채널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약 250명을 납치한 후 평균 시청률이 최대 10배 급등해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4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NYT는 전했다.
WSJ은 국제 비영리단체가 텔레그램에 대해 범죄자들이 아동 성 착취물을 보고, 공유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하는 앱이라고 판단했다고 알렸다.
2년 전에 개설돼 약 3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채널은 사기꾼들이 피해자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큰 묶음의 여권·신분증·셀카를 샘플로 매일 선전, 회원들에게 전체 패키지를 구매하려면 비공개 채팅으로 연락하라고 공지했다고 WSJ은 전했다.
텔레그램이 등장하기 전 범죄자들은 일반적으로 특정 소프트웨어로만 접근할 수 있어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은 거의 접하지 못한 다크넷을 이용했는데, 이 마켓 사이트는 느리고 인터페이스가 투박하며 법 집행기관의 단속에 취약한 서버를 가지고 있었지만, 텔레그램은 빠르고 기능적이며 앱에서 직접 물건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NYT는 이러한 유해 활동에 대한 텔레그램의 관용은 정부가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말·행동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열렬한 신념을 가진 두로프 CEO로부터 시작됐다며 그가 지난 4월 24일 텔레그램에 "전적으로 우리 결정에 따라 사용자가 원하는 것, 즉 사용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검열되지 않은 정보와 의견에 대한 접근 권한을 항상 제공할 것"이라고 썼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로프 CEO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텔레그램 내 검열 개선과 문제 기능 삭제 등 방안을 공개했다. 아울러 그는 텔레그램의 익명 블로그 서비스인 텔레그래프의 미디어 업로드 기능이 '익명의 행위자'들에 의해 오용되고 있다며 이를 비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