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75% 투입에 통화 완화책 예고
고환율 여파, 금리조정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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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걱정하는 통화정책 수장…"재정으로 경기 부양"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물가 관리'를 책임진 통화정책 수장이 '경기 침체'에 방점을 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정부는 정치적 불확실성 여파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년 상반기 재정의 75%를 쏟아붓는 공격적인 경제정책을 예고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통화 완화'가 더해지면 얼어붙은 경기를 녹일 또 다른 땔감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총재는 "올해 4분기 성장률을 애초 0.5%로 예상했는데 0.4%나 그보다 조금 더 낮아질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2.1%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언급한 올해 경제성장률 2.1%는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2.2%)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에 대해서도 "애초 1.9%로 예상했는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0.06%포인트(p)가량 긴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고환율'이 걸림돌 될 수도…"1430원이면 물가 0.05%p 올라"
이에 따라 향후 기준금리도 당초 예상보다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중요한 경제 법안이 여야 합의로 빨리 통과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코로나 때처럼 무조건 재정을 푸는 그런 상황은 아니며 일시적으로 특정 항목을 정해서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재정이 질적인 것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팽창할 요인이 있다는 것이고, 물가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치솟는 환율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30원까지 뛰었고,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시장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각종 금융지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성급하게 낮추면 환율 상승세를 자극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행렬을 가속화시키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맞닥뜨릴 수 있다.
이에 이 총재는 "앞으로도 변동성이 커지면 계속 미세 조정을 할 것"이라며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원·달러 환율이 1430원으로 유지될 경우 우리 물가상승률이 0.05%p 정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