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모사드는 위험세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해왔다. 대상 중에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지도자는 물론이고 이란의 핵과학자와 군사 지휘관도 있었다. 모사드가 스턱스넷으로 이란의 핵시설을 무력화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 정보에 관한 한 최고는 대한민국이다. 국정원과 777부대, 정보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을 추적해온 탓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사드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모사드는 공작을 위해 정보를 하는데, 우리는 정보를 위해 공작을 해왔다.
그리고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누적한 정보에서 우리가 제재해야 할 북한의 인물과 물품을 발표한다. 미국은 동맹이나 파트너국을 움직일 수 있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때문에 CIA만으론 추적이 어렵다고 판단하거나 세계적인 여론을 일으키고자 하면, 제재할 인물과 물품을 발표해 동맹국과 파트너국의 도움을 받는다. 우리는 미국과 같은 힘이 없다. 우리가 발표한다고 해서 타국이 우리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이를 잘 알기에 '용각산'처럼 움직인다. 제재할 인물과 물품을 발표하면 적은 더 은밀해지니 발표 없이 바로 제재 공작을 해버리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를 만나면 하나 같이 모사드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스라엘이 아닌 미국 흉내를 내고 있다. 아직도 현실을 바로 보고 있지 못한 것이다.
김정은의 러시아 파병을 김정은 처지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트럼프로부터 하노이 노딜을 당한 후 김정은은 확실히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든 남북관계를 완전히 뒤엎었는데, 이는 대한민국과 그 뒤에 있는 미국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 있다. 지난해부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바꾸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했고 남북을 잇는 경의선·동해선 도로는 폭파해 장벽을 쌓고 지뢰를 깔았다.
김정은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기는 것에 대비해야 했을 것이다. 해리스가 이겨도 상황은 비슷해진다. 민주당 대통령이라고 북한이나 러시아에게 기회를 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쟁으로 많은 것이 아쉬워진 러시아를 붙잡는 것이 상책이 된다. 절박해진 러시아는 북한에서 물자와 병력을 가져가고, 절박한 북한은 기술과 돈을 받는 거래를 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양측의 동맹은 공고해질 수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영토인 쿠르스크를 침공당했기에 북러 동반자조약에 따라 북한에 파병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조약은 지켜야 한다는 의무가 없는데도 김정은이 의무를 다 해준 것은 한미의 침략을 받으면 러시아에게 북한 방어를 맡겨보자는 기대 때문일 수 있다. 김정은은 핵만으로는 북한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러시아와 내통관계를 만든 것일 수 있다.
평시에도 한미공군은 연합을 한다. 북한의 파병과 발사가 있은 뒤 한미 공군은 공군력만으로웬만한 나라의 군사력을 쓸어버리는 '대규모 편대군(群) 공격연습'을 강화했다. 가끔은 일본 항공자위대도 참여시키면서. 영어로는 '스트라이크 패키지(strike package)'로 불리는 이 연습엔 경보기와 급유기를 비롯해 수백 대의 전투기가 동원돼 1파, 2파, 3파, 4파 작전을 펼친다.
2003년 이라크 항구적 자유작전 때 미국은 미사일과 스트라이크 패키지 공격으로 이라크를 작살냈다. 그후 이뤄진 지상전에서 미 3사단이 하루에 100여 ㎞를 질주하는 초고속전을 펼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26일 이스라엘이 S-300과 미사일 공장 등 이란의 군사시설을 파괴한 것도 스트라이크 패키지로 한 것이다. 그날 이란은 이스라엘 공군기를 단 한 대도 격추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김정은은 북한이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미공군은 북핵부터 노릴 것이니, 김정은은 핵을 가진 러시아와의 동맹 강화에 진력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원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러시아가 흔들려야 북한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북한은 무인기 침투사건을 꾸미고 화성포-19형을 발사한 것은 우리의 심리전과 그에 따른 내부의 동요를 막자는 고육책일 수 있다. 국정원과 정보사가 소리 없이 움직여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