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르포] ‘역대급 호황’ LS일렉트릭, 세계 전력망 시장 장악 준비 완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03010000468

글자크기

닫기

청주 이지선 기자

승인 : 2024. 11. 04. 06:00

미국 전력망 교체 수요 ↑
5년치 일감 이미 확보…해외 매출 비중 50%
국내 기업 미국 진출 외에도
현지 EPC업체 등 수요 지속
르포2
31일 충청북도 청주시 LS일렉트릭 2사업장에서 황복하 LS일렉트릭 수배전팀장이 배전반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선 기자
"K컬쳐도 대단하지만 K배전도 아주 대단합니다" 이석원 LS일렉트릭 북미시스템지원TFT장(담당)은 현지를 수차례 오가며 자사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얻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공장 설립에 LS일렉트릭의 배전시스템은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기술 교류에서부터 시작한 LS일렉트릭은, 어느새 독자 기술로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수준으로 성장해, 이젠 87개 분기동안 연속 흑자를 내고 있기도 하다. 미국 전력망 교체 시점에 맞춘 호황기. 배전반과 변압기를 제조해 출하하는 청주 LS일렉트릭 2공장은 밀려드는 수주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LS일렉트릭 청주2공장. 수배전 제조 시설로 들어서자 길이 45미터(m)의 초대형 판금 시설이 보였다. 배전반이 수납되는 외함을 만드는 이 설비는 판금부터 도색까지 한번에 마치는 국내 몇 안되는 설비다. 자재 조달부터 제품 완성까지 자동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인게 특징으로, 효율화의 핵심 설비라는 설명이다.

배전반은 공장 전체의 전력 공급을 조율하는 하나의 시스템 구성품으로 볼 수 있다. 발전소에서부터 전기를 공급받으면 계통과 용도에 맞게 배분, 공급해주는 역할 한다. 그만큼 구성하는 기기도 많고, 연결 배선도 여러가지라 복잡해 보였다. 사실상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작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LS일렉트릭은 효율화에 나섰다. 외함 판금 자동화 설비 도입, 자재 샘플링 시스템 등으로 작업자에게는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다. 특히 배전반 조립 공정에서는 작업자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외함 자체를 벨트에 올려서 조립이 끝나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황복하 LS일렉트릭 수배전제조팀장은 "배전반 업체 중 최초의 사례"라며 "작업자들은 자재를 신경쓰거나 할 필요없이 준비된 제품과 여러 부품들을 설계에 따라 조업하게 돼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배전반은 수주 비즈니스로, 고객사에 맞춰 설계한다. 이 때문에 공장은 제조 설비가 차지하는 공간보다 완제품을 시험하는 공간이 더 많다. 실제로 기업마다 배전반 설계는 조금씩 다르다. 일례로 외함의 컬러를 특별히 요청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네이버는 배전함도 기업의 컬러인 초록색으로 맞췄다는 후문이다.
르폽
LS일렉트릭 청주2공장에서 배전반 공정 라인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지선 기자
청주 사업장은 특히 자율화 공장으로도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데이터를 예측해 효율을 낼 수 있는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성과로도 이어졌다. 등대 공장에 선정되면서 실제로 생산성과가 좋아지고, 인력이 줄었지만 생산성은 유지됐다.

안전한 작업환경,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세계적 기술을 더욱 널린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를 차지한 데에서 나아가,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각화하기 위해 전격 투자도 예고했다. 지난해까지 3년 간 미국 플랜트 프로젝트로만 총 7개 배전 솔루션 사업자로 선정됐고, 같은 기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는 15개가 넘는 사업을 수주했다.

해외 진출을 추진할때는 한국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미국 현지의 대형 EPC업체,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대규모 전력 기자재 공급사들(Distributor)과 현지 참여 기획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중장기 사업 협력도 급물살을 타고 있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 2공장에서 생산하는 또다른 설비는 변압기다. 발전소에서 고전압 전력을 받으면, 변압기로 용도에 맞게 압력을 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용 전력량에 따라 변압기는 종류도 다양하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하는 몰드 변압기는 가장 큰 경우 7톤 이상이 되기도 한다.
KakaoTalk_20241102_141003349_03
LS일렉트릭 청주2공장에서 변압기 자동조립 공정이 진행중이다. /이지선 기자
변압기 주요 구성품은 코어, 코일이다.방향성 규소 강판을 켜켜이 쌓아 만든 코어 뿐만 아니라 위에 씌워지는 코일까지 무게가 상당하다. 이에 따라 변압기 공정은 더욱 자동화가 필요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이 발전하고 세계 각국에서 전력 인프라 확충에 속도가 붙으면서 한국 변압기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는 전력 슈퍼사이클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오정세 LS일렉트릭 변압기생산팁장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오차를 크게 줄이고 무거운 코일 운반 과정 등 전반에서 효율성이 극대화됐다"고 설명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등 미국을 자주 오가지만, 최근만큼 한국 기업이나 콘텐츠가 각광받은적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LS일렉트릭의 기술도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는 후문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이 선점했던 시장에서 LS일렉트릭은 하나의 '메기'로 등장했고, 이제는 성과도 더욱 커지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이미 수주 잔고 3조원에 육박해 향후 5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했다. 오는 2030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을 70%로 잡겠다는 계획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표 전력 기업으로서 지난 50년 간 축적된 기술 및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력설비 슈퍼 사이클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것"이라며 "송전 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훨씬 큰 배전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