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의존도 KB금융 56%로 가장 낮아
금리 인하기 비은행 실적이 승부처
"3사, 계열사 점유율 확대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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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금융그룹은 핵심 자회사인 은행이 고금리 환경과 대출자산 성장으로 이자이익이 크게 늘면서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하지만 증권과 보험, 카드, 캐피탈 등 비은행 자회사로 영역을 확대하면 KB금융그룹만 홀로 돋보였다. 올해 3분기 그룹 전체 실적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인 '은행 의존도'에서 KB금융은 60%를 밑돌았는데, 이는 비은행 자회사들도 고른 성장을 이루며 그룹 기여도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반면 KB금융과 함께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양호했던 신한금융은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반영되면서 3분기 비은행 자회사 기여도가 축소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비은행 비중 확대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은행 의존도는 KB금융 56%, 신한금융 71%, 하나금융 83%, 우리금융 89%였다. 은행 의존도는 각 금융그룹 자회사의 누적 당기순익을 모두 합산한 값에서 은행의 누적 당기순익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은행 의존도가 높을수록 지주사가 은행 실적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해석된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의존도가 66%였지만 이번 3분기에는 56%로 크게 감소했다. 4대 금융 중 60%를 밑돈 것은 KB금융이 유일하다. KB국민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익(2조6170억원)이 홍콩 H지수 사태로 인한 충당금 여파로 전년 대비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증권·손보·카드 등 비은행 자회사 실적이 크게 늘면서 그룹 실적을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회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당시 '비은행·은행 균형 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이익이 증대한 것이 영향을 주었다"며 "앞으로 각 계열사가 해당 업권에서 '톱 티어'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 중에선 신한금융만 은행 의존도가 높아졌다. 신한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전년 말 기준 65%였지만 올해 3분기 기준 71%로 올랐다. 비은행 자회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1조28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5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손실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뼈아팠다. 신한캐피탈과 신한자산신탁 등 자회사 실적도 크게 부진해 순익이 감소했고, 고금리로 이자 비용도 증가했다. 지난해 흑자를 냈던 신한자산신탁은 올해엔 1785억원 누적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하나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경쟁사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3분기 기준 은행 의존도는 83%를 기록했다. 전년 말 95%에서 12%포인트 개선된 것이다. 지난해 부동산PF 및 해외 대체투자 등으로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은 탓에 적자를 냈던 하나증권이 올해 흑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하지만 비은행 계열사의 시장점유율이나 수익성이 경쟁사보다 떨어진다. 올해 3분기에도 증권·캐피탈·카드 3곳에만 비은행 실적이 쏠려있어 보험 부문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향후 비은행 부문 계열사 경쟁력을 키우고 M&A(인수합병)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부활시키는 등 비은행 강화에 적극 나섰던 우리금융은 여전히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은행 의존도는 89%로 4대 금융 중 가장 높다. 93%였던 전년 말 대비 소폭 개선된 수치지만,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만큼 금리 인하 등 은행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그룹 실적도 크게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ABL생명과 동양생명 인수를 추진하며 비은행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 심사 신청을 하지 않아 인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든 은행이 역대급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차이를 가르는 것은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세 금융지주(신한·하나·우리) 모두 계열사 부진을 털어내고 점유율 확대와 경영 내실화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