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내밀한 사적 영역 공개는 명예훼손"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 목사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한 기독교단체 연합을 이끄는 A 목사는 2018년 1월 해당 단체 블로그에 '폴리아모리(다자간 연애) 생활하는 B씨의 글을 읽어보니'라는 제목의 글을 B씨의 실명과 함께 올린 혐의를 받는다. 폴리아모리란 연애하는 대상을 한 명으로 제한하지 않고 동시다발적 연애를 추구하는 성적취향을 일컫는다.
이 재판의 쟁점은 타인의 성적취향 등 사생활에 대한 내용을 인터넷에 적시하는 것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지였다.
1심 재판부는 A 목사가 B씨의 사생활을 폭로하기 위함이라기 보다 기독교의 보편적·전통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자신이 다니던 대학의 기고글을 통해 스스로 폴리아모리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A 목사의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기고글은 일부 사람들이 짐작할 수 있었을 뿐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고, A 목사의 게시글 전까지 B씨가 자신을 폴리아모리라고 밝힌 것은 페이스북 계정이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A 목사는 B씨 기고글과 한 언론사 인터뷰 내용을 함께 게시함으로써 B씨가 폴리아모리라는 사실을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공적 인물로 볼 수 없는 B씨의 내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실을 실명, 얼굴 사진과 함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은 공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으로 B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비방할 목적으로 작성·게시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A 목사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