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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금고는 저원가성 예금을 대규모로 유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영업망 확장까지 가능하다. 한 예로 직원들의 급여 이체는 물론 기타 부수 거래 등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놓인다. 한 마디로 3~4년간의 안정적인 먹거리를 비축하게 되는 셈이다.
수익성 향상을 위해 신성장동력을 찾는 시중은행에게 지역의 금고지기 자리는 새로운 수익창출원으로 보일 수 있다. 주요 시·도의 예산은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한다. 한 예로 부산광역시의 경우 1년 예산이 15조원을 훌쩍 넘긴다. 기타 광역시와 강원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등 역시 10조원대 안팎의 예산을 운영하고 있다. 50조원에 이르는 서울시와 40조원 규모의 경기도 등 굵직한 지자체에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눈을 아래로 돌리니 전국 곳곳에 산해진미가 가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신성장동력이 아닌 한정된 시장에서 남의 파이를 뺏는 행동이라는 점을 간과한 듯 하다. 특히나 지역 지자체 금고가 지방은행이 생존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점은 더욱이 문제가 된다. 일반공개경쟁 구조인 만큼 시중은행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에 제한은 없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부산시금고의 주금고(1금고) 자리가 24년 만에 입찰 경쟁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은 금융권 안팎의 이목을 집중케 하기 충분했다. 결론적으로 부산은행이 수성하기는 했지만, 부산은행 입장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터전을 빼앗으려는 시중은행의 공세가 불안했을 수밖에 없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 데다 부산은행에 있어 부산시금고는 단순히 수익성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한정된 영업 범위 안에서 지역 경제를 위해 지역민과 동고동락했던 지방은행에 있어 영업 터전을 빼앗긴다는 것은 그 정체성을 잃는 것과 동일하다. 일각에서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까지 우려하고 있다. ESG경영 확산 추세에 발맞춰 중소기업 및 취약계층과의 '상생'을 하나의 기업문화로 뿌리내리겠다고 연일 홍보하면서, 막상 동종업계인 지방은행과의 상생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중은행은 지방은행 대비 시민 이용 편의성 등이 떨어지는 만큼 지자체 주금고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환경이 디지털·비대면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고 포장하지만, 실상은 비용 감축을 위해 인구감소지역 등 지방 점포 및 ATM 등을 빠르게 줄이고 있어서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내놓으면서까지 사수하고 싶어하는 지자체 금고지기 자리. 단순히 영업망과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보다는 지방은행과의 상생과 실제 지역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