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이마트 규모 키울 과제 맡아
모친 외모·경영스타일 닮은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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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계열분리 신호탄을 쐈다. 2016년부터 주식 맞교환과 주식 증여 등으로 계열분리 준비작업을 시작했던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정용진 회장 승진에 이어 올해 정유경 총괄사장마저 '회장' 직함을 달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이던 이마트와 ㈜신세계가 이제 '이웃집'이 됐다.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으로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신세계그룹은 향후 내부 지분정리와 동일인(총수) 지정 등 나머지 문제들을 풀어나갈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30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다. 정유경 회장의 승진과 함께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으로 계열분리를 공식선언한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구심점으로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과 슈퍼 등을 맡고,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와 아웃렛 사업을 진두지휘한다는 방침이다.
계열분리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2016년 남매간 주식교환으로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지분 9.8%,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지분 9.8%로 분리시킨 데다 2020년 이명희 회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8.2%씩 추가 증여하면서 두 남매의 지분이 각각 18.56%로 여전히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정용진 회장 승진과 함께 이명희 회장이 '총괄회장'의 직함을 달면서 계열분리의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리틀 이명희'로 불리는 정유경 회장은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과 외모뿐 아니라 경영스타일도 닮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비추지 않는 '은둔형 경영자'인 데다 한번 신임하면 끝까지 믿고 맡기는 인재기용도 비슷하다.
이번 인사에서도 그런 면모가 드러난다. ㈜신세계 산하의 계열사들의 대표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당초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실적이 부진했던 계열사 대표의 교체카드도 거론됐지만 정유경 회장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가 막내딸로 태어나 신세계백화점을 물려받아 당당히 재계 10위 그룹으로 키운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의 DNA를 이어받아 정유경 회장도 백화점부문 사업을 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그룹은 총 거래액 71조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이마트부문이 약 50조원, 백화점이 약 20조원 정도로 이마트부문에 사업이 쏠려 있다. 정유경 회장은 오빠 정용진 회장과 같은 규모로 백화점부문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장자우선인 삼성가 승계원칙에서 딸인 정유경에게 '회장'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시킨 것은 이명희 총괄회장이 기회를 준 것"이라면서 "10대 그룹에서 찾아보기 힘든 승계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각 10%의 향방이다. 재계에서는 각각의 손자·손녀에게 그대로 상속 및 증여해 균형을 깨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지분 모두를 맏손주인 정해찬씨에게 넘겨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회장 취임 후 첫 정기인사를 단행한 정용진 회장은 신상필벌 원칙 아래 역량 중심의 인재를 배치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마트24 대표에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을 내정해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
최근 사업 조정을 통해 혁신을 지속하는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부문 대표를 겸직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됐으며, 신세계L&B 대표에는 외부에서 영입한 마기환 대표가 선임됐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 담당이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