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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981년 국민주택기금을 처음 설치한 이래 34년 동안 운용해 오던 주택기금을 2015년에 전면 개편한 것은 시대적 환경변화를 감안한 조치였다. 경제성장 둔화와 주택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로 기존의 임대주택 공급과 도시 재생사업 시행 등이 한계에 봉착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에 더욱 풍부한 유동성을 투입하기 위해 기금의 기능을 재정립, 기금 지원대상과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 주체가 되어 관리토록 것이다. 예컨대 지원대상을 단순 주택에서 주택과 도시로 확대하고 융자에 머물렀던 지원방식도 융자와 투융자, 보증 등으로 다양화한 게 대표적이다.
이어 상품도 금융기관 관점이 아닌 소비자 금융으로 전환,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여 운용에 들어간 것이다. 주택과 도시를 결합, 한 주체로 보고 연결성을 강화한 점이나 지원방식의 폭을 넓히고 상품을 소비자 중심으로 대폭 늘렸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주택과 도시를 둘러싼 환경은 초고령화, 저출산,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더욱 급속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다. 특히 날로 심화하는 노령인구의 증가와 급격한 인구 감소는 지대하고 심각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주택시장은 고금리의 후유증과 원자재가 상승 등의 외적 요인으로 공급이 급감하고 공급 주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소비자 역시 급등한 전·월세와 매매가로 시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주택시장은 초양극화로 치닫고 구도심은 슬럼화가 가속화되는 반면 신시가지는 수요가 위축되는 도시의 이중구조가 심화되는 추세이다. 주택도시기금의 조성 원천과 운용지역에 대한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불만이고 지방은 지방대로 홀대를 받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청약통장 가입자와 국민주택 채권 매입 수요가 많아 기금조성 기여도가 큰 만큼 기금의 운용을 수도권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지방의 경우에는 낡은 주택과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지방 지원 비중이 더욱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고령화와 심각한 인구 감소 등 열악한 지방의 정주 여건을 감안해 주거복지 강화 차원에서 지원 폭과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기금 사업자 대출 내역을 보면 상품의 운영 면에서도 비효율적인 면이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전체 사업자 대출의 93% 정도가 임대공급에 활용되고 있는 반면, 분양주택 공급지원 상품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또 지역별 조성 실적이나 운용실적 등에 관한 연구와 분석, 평가는 물론 개인에 대한 기금 대출 지원 역시 상품별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해의 빌미가 되고 있다. 기금 위탁관리 수수료 문제와 기금 재원의 장기 안전성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대안 검토 역시 찾아볼 수 없다.
기금을 덮어두고 쉬쉬하던 시절이 지났다. 기금의 건전성 유지방안과 합리적인 운용방식 등을 놓고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절대 필요하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관련 기관, 지역 간의 오해 불식, 재원의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해서라도 주택도시기금에 대한 방향성 모색이 시급하다. 아울러 개인이나 사업자 대출 상품의 평가와 새로운 개발이 요구된다. 다자화되어 있거나 유명무실한 상품은 과감히 줄이고 1인 가구와 초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상품이 나와야 한다. 이와 함께 디딤돌이나 버팀목 대출 등도 아울러 재원 고갈에 대한 대안과 지원 대상 확대에 관한 연구를 적극화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주거복지 서비스 대응을 기대해 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