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감독 선임 등 기업 문화 투영
해태시절부터 이어진 명문 구단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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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투자 사례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다. 당시 무등구장의 열악한 환경을 돌아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9년 우승 당시 선수단에 인프라 개선을 약속했다. 이후 300억원을 투자해 야구팬들의 숙원이었던 무등구장을 대체할 새 홈 구장건립을 지원했다. 정 회장은 공식적인 KIA타이거즈 구단주는 아니었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을 대신해 지난 2021년까지 실질적 구단주의 역할을 맡아온 것이다.
올해 KIA타이거즈의 행보는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도 닮았다. KIA타이거즈가 젊은 사령탑과 함께 양현종으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선수와 김도영 등 신진급의 활약으로 우승에 다가섰다면, 40대에 총수로 오른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헤리티지를 보존해 나가면서도 기존의 보수적 문화를 혁신하는 과감한 시도를 이어가며 회사를 세계적 지위로 이끌었다는 점이 그렇다.
야구뿐만 아니라 비인기 종목이던 양궁도 정 회장은 꾸준한 지원을 이어가며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 보단 미래를 바라보는 혁신, 뚝심 있는 투자가 '1등 DNA'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또한 연료의 변화와 함께 새 분기점을 앞두고 있다. 정 회장의 혁신과 뚝심이 빛을 발할 시간이다.
29일 기아타이거즈에 따르면 구단은 전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라이온즈를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 2017년 이후 7년 만의 우승이다. 해태타이거즈부터 이어진 구단 역사를 통틀어서는 12번째로, KIA타이거즈로 창단한 2001년 이후에는 세 번째 우승을 기록하게 됐다.
기아(당시 기아자동차)는 2001년 해태타이거즈를 인수, 야구단 운영을 시작했다. 명문구단의 역사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이후 8년은 주축 선수의 이탈 등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어려움을 딛고 2009년 KIA타이거즈로 첫 통합 우승을 거두자 정의선 당시 기아 사장은 정식 구단주가 아니었음에도 선수단을 직접 찾아 격려하고, 인프라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가장 먼저 2군 선수를 위한 전용 구장 '기아 챌린저스 필드'를 짓는 데에 250억원을 과감히 투입했다. 이어 1982년부터 사용해 노후화됐던 무등구장을 대체할 새 구장을 건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300억원을 투자해 새 구장을 지었다.
이와 같은 정 회장의 통 큰 지원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우승 후 부진하던 KIA타이거즈는 2017년 다시 한번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의선 당시 부회장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잠실야구장에 각각 방문해 한국시리즈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올해 KIA타이거즈는 여러 논란에 시달리며 출발했지만, 파격적으로 1980년대생인 이범호 감독을 선임했다. 2011년부터 KIA선수로 활약해 은퇴까지 한 이 감독 선임에도 모기업에서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감독은 선수단과의 친밀한 스킨십으로 팀을 재건해 냈다. 그 결과 올해 KIA타이거즈는 양현종 등 베테랑 프랜차이즈 선수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기록한 김도영 등 신인급 선수의 고른 활약을 보여줬다.
이러한 KIA타이거즈의 행보는 모기업을 경영하는 정의선 회장의 행보와도 닮았다. 정 회장은 2018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이후 회사 문화를 적극적으로 바꿔나갔다. 여러 대기업 중에서도 유독 보수적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현대차그룹을 '청바지가 어울리는' 회사로 만든 것이다. 자율복장제 도입은 정 회장이 가장 먼저 시작한 기업문화 개선 작업이다.
정 회장은 과감히 혁신해 나가면서도, 헤리티지는 이어가고 있다. 포니에서 시작된 현대차 브랜드, 79년을 이어온 기아의 역사까지 재조명하면서 브랜드의 근본을 강조하는 한편,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실현하고 있다. 성과도 확실하다. 현대차그룹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가 됐다. 판매량은 세계 3위 수준이고, 미국 제너럴모터스, 일본 토요타 등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