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 |
하나금융지주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은행을 기반한 최대 순이익인 데다가 유독 취약한 보험 부문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룹의 맏형격인 하나은행도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하고 하나증권 순익도 정상화가 되어가는 중에 여전히 하나생명 순익은 낮다. 하나은행이 벌어들인 순익이 금융지주 전체 순익 중 86%가 넘는 반면, 주요 계열사로 꼽히는 증권과 카드의 순익 기여도는 5%대에 불과하다. 하나생명의 순익 기여도는 1% 미만이다.
이에 하나금융이 보험사 인수합병(M&A)에 나서 비은행 부문의 순익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들 또한 증권과 생·손보사 등을 인수하며 '외형 성장'을 한 덕분에 각 부문별 고른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내·외부에도 하나금융이 은행과 가장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생보사를 인수해 그룹의 도약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3조2254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하나금융의 올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6조5774억원으로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이 중 하나은행의 이자이익이 5조7826억원, 하나증권과 하나카드가 각각 2814억원, 3327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3분기 NIM(순이자마진)은 1.63%로 전분기 대비 0.06%포인트 떨어졌다.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1조8049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늘었다. 특히 수수료이익이 전년 대비 11.9% 증가한 1조5475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신용카드 수수료는 전년 대비 51.1% 증가한 2658억원, 운용리스 수수료가 46.3% 증가한 1672억원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의 순익 증가를 이끈 곳은 단연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올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2조780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0.5% 늘어난 수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대기업 대출에 집중했다.
원화대출금은 총 305조177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5.1% 증가했는데, 이 중 기업대출금이 171조721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늘었다. 대기업 대출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29조8510억원으로 집계됐고, 가계대출금은 같은 기간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중에선 하나카드와 하나증권의 순이익이 가장 높았다. 하나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익은 1844억원, 증권은 18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하나캐피탈이 1212억원, 하나생명은 241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나 하나저축은행은 17억원 손실을 냈다.
하나금융 순익 중 은행의 기여도는 86%가 넘는다. 증권과 카드의 순익 기여도는 각각 5.6%, 5.7%에 불과하고, 하나생명은 1% 미만이다. 당기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사실상 하나금융이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해선 보험사 M&A가 절실하다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증권과 손보, 생보를 인수하면서 고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반면 하나금융의 주요 계열사 중 적자에 돌입한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하나생명은 가장 순익이 적은 곳이다.
2019년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는데, 5년 만에 신한라이프는 금융그룹 내 순익 기여도 3위에 해당하는 효자 계열사로 성장했다. 현재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순익 기여도를 보면 카드가 13.87%, 신한라이프가 11.72%에 달한다.
올해 연간 순익 5조원이 예상되는 KB금융도 비은행 계열사 인수가 신의 한 수가 된 곳이다. 과거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KB증권으로, LIG손해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며 KB손보, KB라이프생명으로 통합 출범시켰는데 올 3분기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순익 기여도는 44%에 달한다. 작년 3분기에는 37% 수준이었다. 각 계열사별 순익 기여도를 보면 KB손보가 16.84%, KB증권이 12.44%로 인수 후 통합 시너지를 톡톡히 내고 있는 곳들이다.
이에 따라 업계선 하나금융이 KB금융과 신한금융처럼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해선 보험사 인수가 필요한 때라고 보고 있다. 은행의 이자이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데다가 은행 쏠림 현상도 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카드와 증권 계열사의 강화보다도 은행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생보사를 인수해 저축성보험 등 방카슈랑스로 시장에 진출해 영업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KDB생명 인수를 시도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현재 국내 M&A시장에서 잠재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AIA생명 등으로 알려졌다. 내년 우리금융의 동양생명 인수가 완료된다면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보험계열사가 가장 취약한 곳이 된다.
이날 하나금융은 실적 발표에서 향후 비은행 부문 계열사의 M&A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개별 금융사의 자체 경쟁력 뿐 아니라 M&A를 통한 성장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은행에 더 많은 자본을 배분하고, 비은행 부문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키운 뒤 M&A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