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리스크 식별 등 평가 기준 강화 원인
"상향화되는 기준 맞춰 적극적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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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부문에서 지난해에는 5곳이 A+ 등급을 받았지만 1년새 3곳이나 등급이 하락한 것이다. 기후 리스크 대응에 대한 평가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인데, 금융권이 향후 도입되는 ESG 공시 의무화에 발맞춰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ESG기준원이 공표한 '2024년 ESG 평가 및 등급'에 따르면, 올해 평가 대상인 금융회사 119곳 중 지배구조 부문에서 A+(매우 우수) 등급을 받은 회사는 신한지주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2곳에 그쳤다.
지난해 A+ 등급을 받은 금융사는 KB금융, 신한지주, 신한라이프생명보험, 농협금융지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5곳이었지만 1년새 3곳이 제외된 것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금융사들의 등급이 하락한 건 지난해보다 강화된 평가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ESG기준원은 평가 지표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독자적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미국 증권위원회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 등 기후 리스크 관리 부문에 대한 국제 기준이 상향되면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금융사들의 등급이 하락한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지난 4월 ESG 금융추진단 제4차 회의에서 기후 분야에 대한 기업 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기후 리스크 식별 및 대응에 대한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역량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한국ESG기준원은 "국제기준에 상응하는 수준의 신규 문항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A+ 등급에서 정체 현상을 초래했다"며 "상위권 기업에서조차 기후 리스크 식별 등 국제기준 수준의 선진 지배구조 체계 도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평가 결과 A+ 등급에서 내려온 금융사들은 기후 리스크 대응을 비롯한 ESG 정책을 다시금 점검해 개선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기후 리스크 식별과 대응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후 리스크 관련 정책과 추진 사항들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평가 점수 중 좋지 않은 항목에서 단기·장기 과제로 구분해 개선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ESG기준원이) 올해부터 기후 리스크와 같은 리스크 식별 부문을 이전보다 정밀하게 평가하겠다는 방침인 것 같다"며 "(금융사에) 요구하는 지배구조 수준이 점차 상향되고 있기 때문에, 높은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선 강화된 기준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ESG기준원은 평가 기간 중 중대한 ESG 사건이 발생한 기업에겐 등급 강등 처분을 내렸다. 금융사 중에서는 우리은행과 iM뱅크(구 대구은행)가 지배구조 부문 A 등급에서 B+ 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우리은행은 부정대출 사건과 내부통제 미흡 등이 조정 사유였고, iM뱅크는 지난해 8월 직원들이 고객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증권계좌 1657건을 개설한 사건이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