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세 굳히기 나섰다 불끄기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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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기 앞서 마이크를 잡은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유대인, 팔레스타인인 등 가릴 것 없이 인종을 소재로 농담을 이어가다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전에도 인종차별적 농담을 한 전력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28일 보도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가수인 리키 마틴이 "이것이 그들이(트럼프 캠프) 우리를 보는 방식"이라고 인스타그램에 적는 등 소셜미디어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저명인사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트럼프 캠프는 코미디언 힌치클리프와 거리를 두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엎치락뒤치락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푸에르토리코출신 주민 30만명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 수석고문 다니엘 알바레즈는 푸에르토리코 농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캠프측 견해를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공식 고문인 데이비드 우르반도 X(옛 트위터)에 "그의 농담은 우습지도 않고 푸에르토리코 친구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것"이라고 적고 해시 태그 "#TrumpLovesPR(트럼프는 푸에르토리코를 사랑한다)"를 달았다.
NYT는 알바레즈의 성명이 절대 사과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논란을 무시하는 트럼프 캠프의 관행을 깬 것이라면서 그만큼 인종차별 농담의 후폭풍에 캠프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매디슨 스퀘어가든 행사에는 헐크 호간 전 프로 레슬러부터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까지 최소 20명이 연단에 올랐는데 몇몇 연사는 인종차별적·여성 혐오적 발언을 했다.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해리스 부통령이 가자 전쟁에서 테러리스트(하마스) 편에 섰으며 팔레스타인인을 미국으로 데려오려고 한다고 잘못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2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켈리는 트럼프의 과거 발언과 행동을 파시스트에 비유하며 트럼프가 아돌프 히틀러를 칭송하는 발언을 했다고 증언해 파문이 일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8일 애틀랜타 주 조지아텍 유세에서 파문 진화에 나섰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모두 '나치'라고 부른다며 어린 시절 독일인인 부친이 "나치와 히틀러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치독일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 정부를 운영한다고 비난하기도 했고 해리스 부통령을 파시스트라고 부른 적도 있다.
민주당에서 라틴계 유권자를 전담하고 있는 전략가 척 로차는 힌치클리프의 인종차별 농담이 담긴 15초짜리 영상을 만들어 푸에르토리코 유권자들에게 속달로 보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어서 공격을 당하면 깊은 상처가 남는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메릴랜드 주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건은 트럼프가 사람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증오와 분열에 부채질을 하는 트럼프에게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승세 굳히기에 나서려는 순간 핵심 경합주가 관련된 인종차별 농담이 터져 나온데 대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미 여러 주에서 사전선거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동층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인사들은 "쓰레기 발언이 선거를 오염시키고 있다. 트럼프가 라틴계, 특히 푸에르토리코 지역사회를 얼마나 경시하는지 확인했다"며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번 인종차별 농담 파문이 펜실베이니아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