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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한 날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난 소년은 시국사범으로 수배 중이던 어느 대학생과 만나게 된다. 그 인연으로 고려대 교내에서 살게 된 소년은 더 이상 누군가보부터 도망치지 않아도 되고 편안히 잠들 수 있게 됐다.
1987년 봄,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나타난 가출 소년은 고대 정경대 학생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정돌이'로 새롭게 태어났다. 정돌이는 정경대에서 사는 꼬마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정돌이가 된 소년은 매일같이 밥을 사 주고 재워주는 것은 물론 진심으로 아껴주는 형, 누나들의 따스한 돌봄 덕에 가정폭력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나갔다. 그리고 형, 누나들이 있는 곳에 늘 함께하면서 단 한 번도 갖지 못했던 자신의 꿈을 찾기 시작했다. 고대 서클에서 우연히 배운 풍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정돌이는 열심히 배우고 익히기를 거듭했다. 이후 청년이 된 정돌이는 더욱 정진해 결국에는 국내 최고의 장구 전문가로 성장하며 풍물패를 운영하는 선생이 됐다.
그 시기, 정돌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생생한 현장을 눈앞에서 보게 된 것이다. 경찰들에 의해 무차별 구타를 당하고 구속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형, 누나들의 의로운 투쟁을 응원하며 함께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이후 촛불혁명이 절정에 이른 2016년 마지막 날, 정돌이는 100만 명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새해맞이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전인권 등의 유명 가수와 함께 합동공연을 한다.
어나더북스. 3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