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협의체는 총선 때 여야가 함께 공약한 정책과 법안들 가운데 정쟁과 무관한 것을 골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을 도입하자는 취지로 대략 30건 안팎이 이에 해당한다. 국민의힘은 "민생협의체 출범이 '킥오프 미팅(kick off meeting·첫 회의)'으로 여러 얘기를 하겠지만 딱 정해놓고 시작하지는 않는다"며 출발에 큰 의미를 뒀다. 민주당은 이견이 있는 것을 타협하기보다 "공통된 공약부터 확인하자"는 입장이다. 11월 1일 본회의에서 몇 개 법안이라도 처리하려면 속도를 내야 한다.
여야는 민생협의체가 다룰 주요 법안에는 반도체·인공지능(AI),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등 미래 먹거리 창출과 경제 재도약 법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 법안, 자본시장법 등 자산시장을 밸류업하는 법안, 저출생 대응 및 인구 지역 격차 해소 법안, 국회의원 특권 폐지 법안, 지구당 부활 등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한 방안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 정도면 민생과 경제 관련 주요 법안은 거의 다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각론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게 과제다.
민생협의체가 출범했다고 해서 갑자기 경제가 활력을 찾고 민생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극한 충돌을 일삼는 여야가 민생과 경제를 매개로 머리를 맞대는 것 자체가 기대감을 준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저출생 대응,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전력망 확충 등은 여야와 국민 모두에게 절박한 과제다. 정치성이 배제된 주제부터 협의한다면 의외의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국민이 본다면 국회에 대한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정례화도 검토해야 한다.
지금 정치권은 민주당이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앞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몰아붙이면서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이 다음 달 2일 대규모 '김 여사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고 14일에는 김 여사 특검법을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한다. 이렇게 여야가 극렬하게 충돌하는 속에서는 민생협의체도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극한 충돌을 자제해 나가면서 의견을 조율하기 쉬운 법안부터 접근해 나갈 때 민생협의체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