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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를 부정하게 수급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스스로 해고를 요청하거나 고의적으로 업무를 태만히 하여 해고를 유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용주도 분쟁을 피하려고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퇴사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허위 서류를 작성해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업 상태에 들어선 후에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형식적인 구직 시늉만 하면서, 막상 일자리가 주어지면 이를 거부하는 이들도 드물지 않다. 취업 이후에도 실업급여를 계속 받기 위해 취업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5년간 취업 사실을 신고하지 않거나 근로 사실을 허위로 신고하여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한 사람이 14만명을 넘었다.
이렇듯 실업급여 수급에 있어서 도덕적 해이와 위법행위가 만연해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실업급여의 높은 수준과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는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실업급여의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로 설정되어 있어, 올해 기준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89만원에 달한다. 반면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세후 월 186만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힘들게 일하기보다 쉬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실업급여 수령자의 28%는 재직 시 받던 세후 급여보다 더 많은 금액을 실업급여로 받았다. 이처럼 취업하면 오히려 소득이 줄어드는 구조에서는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손해를 보고, 실업자의 취업 의지는 약해지게 된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며, 한국의 실업급여 하한액은 평균임금 대비 44%로, 미국 12%, 일본 22%, 프랑스 26%, OECD 평균 21%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실업급여의 수급요건이 느슨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다. 직전 18개월 내 6개월(180일) 이상 일한 경우 실업급여를 4~9개월 동안 받을 수 있으며, 수급 횟수에 제한이 없어 반복 수급이 가능하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격 인정률이 99.6%인 것과 같이 실업급여 신청을 하면 대개 형식적 심사만 거치고, 못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도덕적 해이와 관리부실이 겹치다 보니 실업급여가 마치 '주인 없는 돈'으로 인식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로 인해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은 크게 악화되었고, 실업급여 계정은 사실상 고갈상태에 이르렀다. 이전 정부는 실업급여 재원이 부족해지자 고용기금에 손을 대어 10조원 넘게 쌓여 있던 기금이 5년 만에 바닥났다. 이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7조7000억원을 차입했지만, 이미 그중 4조원 이상이 소진된 상태이다. 이제는 정부 예산 지원 없이는 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실업급여가 방만하게 운영되는 근본 원인은 복지 포퓰리즘에 있다. 현재의 실업급여 제도는 급여수준과 수급대상에 있어서 그것이 미치는 사회적·경제적 효과, 재원조달방안, 지속가능성 등을 엄밀히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이익을 겨냥한 저부담 고복지 정책으로 설계된 결과이다. 다수 득표를 하는 자가 권력을 획득하는 민주주의가 가지는 구조적 취약성 탓에 정치인은 올바른 정책보다는 득표에 유리한 정책을 선택해 왔으며, 다수의 유권자 또한 사회 전체의 장기적 이익보다는 자신에게 당장의 이익을 주는 정책을 선호해 왔다. 이러한 정치와 유권자의 상호작용은 '선심성 복지', '퍼주기 복지', '현금 살포' 등의 복지 포퓰리즘의 확대로 이어졌으며, 실업급여는 그중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과도한 실업급여는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자발적 실업을 부추기며,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킨다. 이는 나라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것으로, 결국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빚이 된다.
실업급여 본연의 구직촉진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실업급여 수준을 OECD 평균 정도로 조정해서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60% 정도로 낮추고, 수급요건을 강화하여 최소 12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에만 수급자격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실업자의 직업훈련 및 취업 지원을 통해 노동시장 재진입을 촉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복지 포퓰리즘을 막아야 한다. 복지 포퓰리즘은 본질적으로 유권자 매수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선거 민주주의 체계의 약점을 타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복지라는 명분으로 특정 계층이나 기업의 돈을 가져와 다수에게 나눠주는 정치, 본인의 복지비용을 미래 세대가 지불하게 하는 정치는 지양해야 하며, 국민들은 남의 돈으로 자신의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속한 사회의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김강식 한국항공대학교 명예교수·전 질서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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