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 출신 원장 낙점 관행 '한의약 산업 발전' 도움 안돼
4차 산업혁명 소용돌이 속 '산업·과학계' 품을 원장 절실
28일 한국한의약진흥원(진흥원)·한의계에 따르면 진흥원은 지난 7월 4일 17시에 원장 공모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신임 원장의 임기는 임용일로부터 3년으로, 진흥원을 대표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전임 원장의 공식 임기는 지난 4월 23일까지였지만, 3개월 뒤 퇴직하면서 공모도 7월에서야 이뤄졌다.
원장 자격 조건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34조에서 정한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으로 △한의학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이 있는 자 △해당 직위에 대한 전문지식 및 경륜을 갖추고 경영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자 △국제 감각과 미래지향적 비전을 가진 자 등으로 정하고 있다.
한의계에서는 이번 공모에 9명이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진흥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서류 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한의대 학장 출신 등 3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추려 보건복지부(복지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 후보군까지 보고된 지 3개월 여가 지났지만 원장 공석이 이어지면서 일부 잡음이 나오고 있다. 한의계 일각에서는 용산에서 특정 후보자를 낙점했지만,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임명 시기를 저울질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진흥원은 현재 원장 직무대행 체제다. 이에 대해 진흥원 관계자는 "전형절차도 시간이 걸리고 복지부와 조율하는 시간, 인사검증과정도 고려하면 늦어지는 것으로 보기에도 무리는 있다"고 말했다.
학자 출신 원장 선임 관행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지난 2015년 한약진흥재단 설립 허가 후 현재까지 수장을 거친 인사 모두 학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진흥원 모체인 한약진흥재단 초대 신흥묵 원장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한의학 박사 출신이다. 재단 2대 원장을 거쳐 초대 진흥원장을 역임한 이응세 원장이나 2대 정창현 원장도 대학을 거쳤다.
한의계 일각에서는 원장 선임이 늦어진만큼 한의학의 세계적 흐름을 아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한의약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아는 인사의 중용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것이 진흥원 설립 목적에 부합하고 △진흥원 고유기능 사업화 △한의약 산업 육성 △한의약 해외진출 지원 △한의약 산업 혁신성장 지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등 주요 사업 추진에 적합다는 이유에서다.
한 한의계 인사는 "우리나라 한의약산업의 중대 기로에 놓인 현 시점에서 산업계·과학계와의 교류가 전무한 학자가 변화를 주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한의약 산업계를 잘 알고 경험한 사람이 한의약산업 발전을 위해서 진흥원장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의약계에서는 노무현 정부 이후 이어져 온 한방대통령 주치의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윤석열 정부 '한의약 홀대론'의 상징적 이슈로 꼽고 있다. 대통령 주치의는 차관급 상당의 예우를 받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대한한의사협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실에서 선정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방대통령 주치의가 도입된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초대 신현대 한방주치의를 시작으로 임명 시기는 차이가 있지만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희대 한방병원 현직 병원장들이 맡아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