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와 접촉…공개는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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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팀 쿡 애플 CEO와 지난 주 유럽에서 진행 중인 법적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고 지난 24일 인터뷰 도중 밝혔다. 또 이날 늦게 그는 라스베이거스 청중에게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펜실베이니아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감자튀김을 나눠준 자신의 선거운동에 대해 극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차이가 "이것은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였다. 이런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다음날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서도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며 그가 피차이였다고 확인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 역시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락을 취했다고 CNN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첫 번째 암살미수 사건 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빠른 회복을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 CEO들이 대선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촉을 늘리는 것은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사전에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일종의 '눈도장 찍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의 소유자인 일론 머스크는 일찌감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로 나섰다. 머스크는 1억달러(약 1392억원) 이상을 선거기금으로 투자했다. 머스크는 최근 유권자 등록을 하는 사람들 중 자신의 수정헌법 1·2조 지지 탄원에 서명한 사람을 로또 방식으로 추첨해 매일 100만 달러의 현금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법무부는 이런 기부 행위가 불법일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머스크는 이벤트를 강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경영진들 역시 막강한 영향력과 자금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다.
머스크와 실리콘밸리의 다른 경영진들에 비해 애플, 구글, 아마존은 정치적 편향성이 덜 드러나지만, 이들의 모든 움직임은 주식시장과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빅테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를 회복하려고 나서는 것은 적어도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을 인정하거나 최소한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아마존의 창립자이자 최대 주주인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 포스트(WP)는 최근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구독 취소와 내부 반발이 일어났다. 이런 결정은 베이조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지난 25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행사 후 베이조스의 우주탐사 회사인 블루 오리진 임원들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빅테크 CEO들과의 사적 대화를 인터뷰 때나 공개석상에서 자랑스럽게 공개하면서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고 CNN은 평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고 구글을 현대의 AT&T 독점 기업과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강력 규제에 나섰다. 차기 행정부는 빅테크를 상대로 한 반독점법 소송을 이어갈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트럼프는 시카고 경제 클럽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구글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들이 나를 나쁘게 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구글을 최대한도로 기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구글이 증거 없이 자신에 대한 '나쁜 기사'만 보여주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좋은 기사"만 보여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보수성향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구글을 보면 그들이 트럼프에 훨씬 더 기울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트럼프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이제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