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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결혼을 앞둔 지인의 하소연이다. 최근 정부가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해 시행 중인 디딤돌대출 한도를 축소시키겠다는 입장을 갑작스레 밝히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지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에 문의했더니, 디딤돌대출 '막차'를 타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대출 심사기간이 기존 최대 1개월에서 3개월까지 늘어날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서민이 5억원 이하의 집을 구매할 때 저금리로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연소득 8500만원 이하 신혼부부가 6억원 이하 집을 살 땐 4억원까지 대출해 준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른바 '방 공제'라고 불리는 소액 임차인을 위한 최우선 변제금이 대출금에서 제외되고, 생애 첫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80%에서 70%로 하향 조정된다. 이 같은 결정에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들끓자 정부는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시행을 잠정 유예했다.
아무리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아니면 말고 식' 정책 발표에 절망하는 내집 마련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책대출로 매수할 수 있는 집은 인기지역에 많지 않다"며 "집값을 안 움직이는 게 유일한 목표 같지만 저출생은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 약속된 대상을 줄이거나 정책 모기지 목표를 건드리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 불과 6일 전에 두 달 연기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줬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 폭증을 자초해놓고선 그 부담을 무주택 서민과 신혼부부 등에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정책대출 등에 DSR 규제가 추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이들 대출 상품에 DSR을 산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토록 지시한 바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정책금융, 전세대출 등에 대해 당장 DSR을 도입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최근 정부의 오락가락 대출 정책 행보를 고려하면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결정적 배경에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간과한 채 30여차례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며 시장에 혼란을 준 점이 꼽힌다. 윤석열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집중 비판하며 차별성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타당한 정책이더라도 충분한 대국민 설명과 시장 반향 점검 없이 실행된다면 여론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디딤돌대출'이 실수요자들에게 '걸림돌대출'로 느껴지지 않도록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보완책을 세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