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위에 서울기온 10도 안팎 ↓
좁은 단칸방 냉골 바닥에 한숨만
방한용품·이불 등 지원 손길 절실
역대급 한파 예고에 불안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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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골목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던 최규례씨(80·여)는 월동(越冬) 걱정을 쏟아냈다.
전국의 낮 기온이 15도 안팎으로 뚝 떨어지는 등 이른 추위를 맞이한 최씨는 올해도 단칸 월세방에서 겪을 한파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
올해 이상기후로 인한 역대급 한파까지 예상되면서 쪽방촌에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 북쪽에서 내려온 한기로 서울 기온이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등 예년보다 다소 낮아진 평년 기온 탓에 서울 곳곳에 위치한 쪽방촌마다 이른 겨울 채비에 나선 모습이다.
영등포 쪽방촌에 골목에 들어서면 낡고 오래된 무허가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쪽방촌은 이 건물 1채를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눈 형태로 이뤄져 있다.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난방은 연탄보일러 1대로 7~8가구가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는 임헌순씨(59·여)는 "겨울에는 안 아프고 건강하게 지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영등포 쪽방촌 월 25만원 쪽방에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폭염과 한파'다. 지난 여름엔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다. 이번 겨울도 한파가 우려되면서 임씨의 마음은 무겁다. "지난 여름도 이겨냈으니 올 겨울도 이겨낼거야." 임씨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힘이 없는 목소리는 다가올 겨울에 대한 걱정이 묻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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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이모씨는 최근 쌀쌀해진 날씨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씨는 성인 남성 한 명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단칸방의 바닥에 손을 대며 "여기 바닥에 한 번 손 올려봐. 완전 냉골이 따로 없어"라고 했다.
이씨가 사는 방엔 오래된 텔레비젼 1대와 두꺼운 이불 몇 겹이 전부였다. 이씨는 "이불을 겹겹히 깔아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했다.
쪽방촌 시설과 환경자체가 워낙 열악한 탓에 자방지차단체와 여러 봉사단체들의 손길은 절실한 상황이다. 영등포 쪽방촌 인근에 있는 임명희 광야교회 목사는 "겨울을 나야 하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무료급식 뿐만 아니라 연탄도 보급한다"며 "전기장판과 이불, 방한용 옷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가 대신 여러 기업들로부터 후원과 기부를 받아 주민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돈의동 쪽방 상담소 관계자도 "방한 용품으로 이불, 전기장판, 외투 등을 후원 받아서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에게 곧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엔 한국열관리시공협회에서 영등포 쪽방촌 세대를 대상으로 난방설비 점검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협회 관계자 20여명은 쪽방촌 취약계층 세대 연탄·기름보일러 88대의 배관·배기가스 누출 여부, 배관 누수, 보온재 등을 점검했다. 봉사단은 이날 분배기 누수나 연도가 이탈된 부분은 바로 조치하고 사용이 불가한 보일러는 새 보일러로 교체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