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민의힘 당론은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한다는 것이었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참혹한 수준인 북한주민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게 북한인권재단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거부해 8년째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 이사는 여당과 야당이 각각 5명씩, 통일부 장관이 2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지만 민주당은 감감 무소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 얘기대로 특별감찰관 추천부터 먼저 진행할 경우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사실상 무산되고 만다.
이런 이유로 추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은) 국회 운영에 관련된 사안이고 원내 사안"이라며 한 대표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친윤(親尹)계 의원들은 당론을 바꿔야 하는 사안인 만큼 먼저 의원총회를 거쳐야지 원외인 한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한 홍준표 대구시장도 24일 "원내 사안을 당대표가 감독하는 것은 몰라도 관여하는 건 월권"이라고 추 원내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원내든 원외든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한 대표는 왜 당 대표와 원내 대표를 당의 투톱이라고 하는지 성찰해보기 바란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을 서두르는 진짜 속내는 '김건희 여사 제3자 추천 특검법' 수용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위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입을 빌어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특검법을 수용하는 순간 한 대표도, 윤 대통령도 '지옥의 문'을 열게 된다는 것을 한 대표는 모른다는 말인가. 여당 대표라면 그 이름에 걸맞게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를 지키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으니 대통령실에서 '집권 여당 대표의 정체성을 지키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