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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서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을 하다 일찍 세상을 떠난 민족시인 이육사의 삶과 시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제목의 264 또한 그의 수감 번호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페라 '청라언덕'의 김성재 작곡가와 오페라 '윤심덕 사의 찬미'의 대본을 쓴 김하나 작가가 함께 창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콘서트 형식으로 파일럿 공연을 했고 올해 비로소 전막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다. 콘서트 오페라 때와 비교하면 대본의 모호성이 훨씬 명확해지고 음악적으로도 입체적이고 풍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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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의 음악은 긴장이나 극적인 몰입을 유도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편적인 화성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펼쳐졌다. 2막 혼례식 장면에서 전통민요의 선율을 차용한 것도 관객들이 보다 편안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요인이 됐을 것이다. 이 가운데서 4막 이육사가 자작시 '광야'를 가사로 부르는 마지막 아리아는 큰 감동을 주었고, 3막 2장에서 부인 안일양이 눈물로 부르는 아리오소는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만 화성적 음악이 주로 진행되다 보니 전반적으로 음악이 평이하고 무난하게 다가와 현대오페라에서 볼 수 있는 세련된 터치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우리 오페라 음악에서, 익숙함과 생경함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조절해 나갈 것인지가 작곡가들의 숙제라고 본다.
이동신 지휘자와 디오오케스트라는 여유롭고 안정되게 작품을 잘 이끌어 나갔다. 오랜 시간 공들인 것을 느낄 수 있는 연주였다. 각 파트의 음악적 결과 서정성이 모두 살아있어 성악가들의 노래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대구오페라콰이어도 자연스러운 연기와 발성으로 제 몫을 다했다.
표현진 연출은 현대적이되 전통적 질감이 살아있는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풀어갔다. 장면의 전환이 많은 작품 특성상 단순하되 존재감 있는 이동형 무대를 두고 가변적으로 공간을 쓴 것은 영리한 발상이었다. 관객의 상상력과 합의를 이끌어내며 한계 없이 활용한 무대가 이날 유독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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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대인사에는 특별한 인물이 올라왔다. 이육사의 따님인 이옥비 여사였다. 어느새 노인이 된 딸이 젊은 아버지의 시가 오페라로 울려 퍼지는 것을 보러 온 것이다. 한국에서 오페라를 창작하는 목적이 단지 예술성의 고취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