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年 5조 부채개선 효과 기대감
대기업-중기 요금 인상폭 차등적용
물가 상승 등 변수… 형평성 지적도
◇서민경제 부담 완화 '주택용' 동결…기업은 월 900만원 더 부담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24일부터 산업용(갑·을) 전기요금(전력량요금)을 평균 9.7%, ㎾h당 16.1원 올린다고 밝혔다.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한다. 이는 최근 물가·환율 등 3고(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 경제 안정을 위한 결정이다. 주택용·소상공인 전기요금은 서민들 지갑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이로써 대기업은 월 900만원, 연간 1억1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중소기업은 월 8만원, 연간 100만원 미만 증가가 예상된다. 이번 전력량요금 조정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지난해 정부는 산업용(을) 전기요금만 평균 ㎾h당 10.6원가량 올린 반면, 이번 조정에서는 산업용(갑·을) 모두 인상했다.
요금 인상으로 한전은 연간 4조6690억원 가량의 재무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전은 올 상반기 기준 누적적자 41조원, 누적부채 약 203조원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한전은 누적적자 30조원 대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가 최근 에너지 가격 안정세 등에도 불구하고, 연료비조정요금을 최대 상한선인 ㎾h당 +5원으로 1년 6개월째 유지하면서 별도기준 흑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남호 산업부 제2차관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대외적인 큰 변동이 없다면 안정적인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재무구조도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서민경제 부담 완화…기업 부담· 물가 상승 변수는 '우려'
역대 최악의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한전의 누적적자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정부는 물가 상승 등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결정이 오히려 기업들의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쳐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기요금 차등 인상보다는 전체적인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은 80% 수준이며, 농사용 전기요금은 30%가량의 낮은 원가회수율으로 알려져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국정과제로도 '원가주의'를 밝히고 있는데, 오히려 원가회수율이 낮은 주택용·일반용·농사용 요금 조정을 해야 한다. 원가회수율이 낮은 곳을 올리는 게 합리적"이라며 "이미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회수율이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 차관은 "산업용 을 전기요금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전체 원가 비중에서 전력 요금 비중은 1.3~1.4% 수준"이라며 "가격이 반영되더라도 수출 물가이기 때문에 국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