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역대 최대'
'사장님'서 '경비원'으로 제2의 인생
초고령화시대 '정년 연장' 논의 속도
"고령층 일자리 교육 함께 병행돼야"
70대 중반 최모씨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근무 중인 경력 8년차 베테랑 경비원이다.
30년 넘게 자동차 부품 회사를 경영하던 그는 적자가 지속되자 60대 후반 회사를 정리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사장님' 소리만 듣던 최씨가 '최 반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데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자식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최씨는 "아들이 둘이지만 계약직만 전전하더니 다시 재취업하겠다고 공부 중이다. 초기엔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최씨는 최근 새로 들어온 60대 후배 경비원을 교육시키며 고참 선배로 일하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씨는 "많이들 왔다가 다시 금방 그만두기도 한다. 대기업 다니다가 온 어떤 사람은 교육 다 시켜 놨더니 보름 만에 그만두더라"고 말했다.
60세 이상 취업자의 비중이 처음으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고용시장의 지표를 뒤흔들고 있다.
취업하지 못한 자녀들 때문에, 앞으로 생활고 때문에, 일터로 내몰리는 노인들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아직 건강하고, 전문직에 높은 숙련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이 때문에 일부를 제외하면 경비원·미화원과 같은 허드렛일에 대부분 내몰리고 있어 고령층에 대한 맞춤형 직업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7만2000명 증가한 674만9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0대 취업자가 50대 취업자(672만명)를 뛰어넘었다. 연령대별로도 60세 이상이 674만9000명으로 가장 많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도 23.4%로 역대 최고다.
정부가 적극적인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고령 취업자 수의 증가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에서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일자리를 계속해 공급하고 있다"며 "70~80대의 경우에도 강도가 약한 업무로 한 달에 26만원가량의 생활비나 용돈 정도를 벌 수 있으니 수십만개의 일자리 창줄이 고령자의 취업 증가에 기여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노인일자리는 여성들은 미화, 남성들은 주차, 건물 경비, 아파트 청소 등이 대부분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직업소개소를 30년 가까이 운영한 김철씨는 "보통 50~70대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이 온다. 60대 대상 구인 수요가 늘고 있는데 경비나 미화 쪽이 대부분이다. 60대 여성 분들은 미화 쪽으로, 남성 분들은 주차, 건물 경비, 아파트 청소 등이다. 심지어 체력이 괜찮다면 80대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노인 인구가 크게 늘면서 정년연장 사회적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공무직 노동자들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이로써 환경미화·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행안부 소속 무기계약 근로자 2300여 명이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무조건적인 정년연장이 능사는 아니며 고령층에 대한 일자리 교육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알선 정도만 되고 있지 고령층에 대한 맞춤형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인은 대부분 경비원과 같은 허드렛일에 내몰리고 있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면, 복지성 일자리, 공공 근로 같은 국한된 일자리에만 고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도 여전히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자리에 필요한 교육을 통한 고용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다 보니,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도 충분히 수긍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정년연장에 따른 파생문제에 대비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