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국가정보원이 북한 파병과 관련한 정보전에서 미국·영국 등 서방국 정보기관에 뒤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 국정원은 지난 18일 '국정원,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파병소식을 전 세계 최초로 공식 발표했다. 이후 닷새만인 23일에야 북한 파병을 공식 확인한 미국 정부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비해 훨씬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당시 국정원은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사하던 중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증거로 '북한 병력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등 위성사진 3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보전의 중요성은 이번 러·우 전쟁을 통해 새삼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정원은 대공수사 기능을 상실해 국내 방첩문제에 관한 한 반쪽 정보기관으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적폐를 청산한다며 지난 2020년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법 개정을 강행했다.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실제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경찰이 올 들어 간첩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거한 피의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국정원이 간첩사건 수백여건을 경찰로 이관했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 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공수사는 수년간 끈질긴 추적과 오랜 노하우, 국내외 비밀 네트워크 등이 필수적인데 경찰에 이런 능력이 축적됐을 리 만무하다.
국민의힘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복원하고, 간첩죄 적용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거대야당의 비협조로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조사권까지 박탈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왜 유능한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스스로 무장해제 시키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했듯이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는 반국가세력들이 암약하고 있다. 민주당이 종북이 아니라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에 즉각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