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대 사각지대 우려…사망 이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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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보장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벌어진 아동학대 신고건은 2만5739건이었다. 이 중 원가정으로 돌아간 사례 중 3365건은 가정 내에서 또 다시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아동 관련한 학대나 사고는 신고 건수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아동이 미처 신고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피해 건수는 더 많을 수 있고, 그만큼 보호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급기야 매년 1~2명의 어린이는 부모의 재학대 피해로 사망에 이른다. 지난해 친모의 학대로 관리 대상이 됐던 아동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고, 또 다른 아동은 두 차례 학대 의심 상태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받던 중 결국 뇌사 판정 후 사망했다.
현재 시스템상 부모로부터 반복적 학대를 받아도 아이의 의사를 반영해 원가정보호 조치를 받는다. 부모가 언제 또 학대할 줄 알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느냐고 할 수 있지만, 자녀가 부모 손에 자라는 것은 마땅한 아동 권리에 해당한다.
재학대가 두려워 원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인 셈이다. 다시는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순리이지, 부모와 자녀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물론 아예 계도가 불가능한 부모도 대개 있다. 그 때는 분리 보호 체계 하에 친족보호, 가정위탁, 시설입소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진짜 문제는 부모 교육 체계가 있는데도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된 부모는 일단 자녀와 분리한 채 조사와 교육을 받지만, 대부분 협조적이지 않다고 한다. "이게 학대였어요?" 하던 부모는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하지만, 개선의 의지가 없는 부모는 오히려 조사에 나선 공무원을 역으로 민원을 넣어 문제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공무원은 부모와 실랑이를 더 벌이지 않고 아동 보호 전문기관으로 소관을 넘기게 된다. 공무원을 포기하게 만든 부모가 전문기관의 말을 들을 리 없으니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준비되지 않은 부모에게 아동이 돌아가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 이상 아동보호 전문기관에만 의지할 게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아동보호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사례 관리 주도권을 공무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단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근본적 해결 방안을 논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번 상처받은 아이들이 다시 상처받지 않고 잘 자라나는 데는 온 국가의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