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회적 약사 대상으로 한 희화화, 사회 혼란 야기"
자체 정화 미약하다면 사회적 논의 거쳐 법적 규제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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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뉴진스 팬덤은 'SNL코리아'가 특정인을 조롱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방송에서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의 서툰 한국어를 과장해 묘사하는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명예훼손 및 2차 가해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말투와 자세, 외모 등을 어떠한 메시지 없이 단순 희화화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OTT 콘텐츠의 풍자와 조롱을 넘나드는 희화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NL은 일제강점기 당시 창씨개명을 개그 소재로 사용하며 태극기를 훼손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농아인들이 사용하는 '수어'를 우스꽝스럽게 엉터리로 묘사하거나, 드라마 '더글로리' 속 학교 폭력 장면을 희화화하고, 일반인 유튜버의 콘텐츠를 과장해 흉내낸 장면으로도 여러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희화화의 대상이 누군가에 따라 그 사회적 영향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창남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서민들과 약자들을 대변해 사회적 강자를 패러디하고 희화화하는 것은 '대리만족'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사회적 약자, 인구통계학적으로 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희화화는 도덕과 윤리를 갖고 있는 인간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치졸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패러디는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를 혼탁하게 하고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점점 더 극대화되면 통합을 해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행법상 주요 OTT 등은 방송이 아닌 인터넷으로 분류돼 방송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에 저널리즘 윤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있어도 국내 심의 기준에 따라 문제를 삼을 수도 없어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김 교수는 "OTT는 언론중재법상 언론에도 속하지 않아 규제가 상당히 미약한 상황"이라며 "전통적 방송이 아닌 유튜브나 OTT 콘텐츠 제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절제하고 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나 그것이 미약하다면 정부의 사회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 프랑스, 영국같은 유럽 국가의 경우 자체적 검증·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적 손실을 강제하는 등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점점 더 강화하는 추세"라며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를 거쳐 OTT 플랫폼 등의 콘텐츠에 대한 법적 규제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장희진 가로재 법률사무소 변호사 역시 "방송국이나 언론사는 지금 규율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플랫폼들은 강제적으로 언론 중재 등의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일종의 지켜야 하는 선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심의가 없다보니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풍자의 의미가 있을 때 패러디나 묘사 역시 허용될 수 있는 것인데 조롱만 남는 경우엔 결국 피해자만 남게 되는 형국"이라며 "플랫폼마다 자율 심의기구를 만든다거나 콘텐츠 제작 사전·사후 단계에서 경고를 주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