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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8차 회기를 시작한 베트남 국회는 오전 11시 15분부터 별도의 인사회의를 갖고 오후에 신임 국가주석 투표에 돌입했다. 국회는 만장일치로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추천한 르엉 끄엉 상임서기를 신임 국가주석으로 선출했다.
베트남 국가주석은 국회의원 가운데서 선출하며 국가원수로서 대내외적으로 베트남을 대표한다.
1957년생인 끄엉 신임 주석은 수도 하노이 인근 북부 푸토성(省) 출신으로 1975년 입대에 군생활을 시작한 군인 출신이다. 베트남 인민군 대장인 그의 군 경력 대부분은 정치와 당 활동에 집중돼 있다. 공산당이 영도하고 있는 베트남에선 군 내 정치장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끄엉 주석은 제 11~13기 공산당 중앙위원·12기 중앙당 서기·13기 정치국 위원과 제15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지난 5월 중순부터는 당 서기장·국가주석·총리·국회의장 다음인 서열 5위 중앙당 상임서기를 맡아왔다.
신임 주석의 선출로 베트남은 럼 서기장이 서열 1위와 2위인 당서기장·국가주석을 겸직하던 체제에서 다시 '4대 기둥' 체제로 돌아간다. 집단지도·개인책임·민주집중제의 원칙을 표방하고 있는 베트남에선 특정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지양하고, 서열 1~4위의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함께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4대 기둥' 체제가 복원됨에 따라 지난 7월 말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의 타계 전후로 혼란했던 베트남 정국도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다시 '견제와 균형'의 4대 기둥 체제로 돌아갔다는 것은 전 세계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베트남 공산당이 기존의 대내외 정책을 계속해 안정적으로 이어갈 것이란 정치·정책적 안정성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베트남에선 앞서 지난 2018년 쩐 다이 꽝 당시 국가주석이 사망한 이후 지도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까지 쫑 서기장이 당 서기장과 국가주석직을 모두 맡은 선례가 있다. 다만 당시 쫑 서기장은 2011년부터 서기장직을 수행해 온 노련한 정치인이었던 탓에 직무 수행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럼 서기장이 쫑 서기장의 선례와 달리 국가주석직을 끝까지 겸직하지 않은 데에는 국가주석과 서기장 취임 이전, '당과 국가의 지도 경력'이 공안부 장관 역임에 그쳤던 점과 국가주석 취임 3개월여 만에 연이어 서기장직을 겸직하게 됐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공안부 출신인 럼 서기장이 서열 1위에 오른 만큼 '견제와 균형' 측면에서 국가주석직은 군부 출신 인사에게 향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