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규정 위반 아냐, 손해배상 책임 없어"
2심 "불안정 심리상태 충분히 예견 가능"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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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소재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A군은 2018년 4월 정기고사를 보던 중 3교시인 오전 11시28분께 교실 감독교사였던 B씨에게 이른바 컨닝 페이퍼를 보는 것이 적발됐다. B씨는 즉시 컨닝 페이퍼를 압수하고, A군의 시험지를 덮은 뒤 답안지(OMR 카드)를 회수했다.
그로부터 10분 뒤 A군은 B씨에게 화장실에 다녀와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 시험 도중 교실을 나왔다. 이후 약 20분 동안 화장실에 있던 A군은 결국 10층 화장실 거울과 유리창에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라는 글을 남기고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A군 유족은 감독 교사였던 B·C씨와 인천광역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유족 측은 "감독교사는 고사 종료 전까지 학생이 퇴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관련 지침이 있었음에도 A군을 퇴실시켰고, 종료시간인 12시까지 돌아오지 않았는데 소재를 확인하지 않았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배상법 2조 1항은 공무원이 직무집행 과정 중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1심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로만은 피고들의 행위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이 사건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유족 측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독교사는 고사 시간 종료 전에 학생이 퇴실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지침은, 부정행위 예방 및 방지를 위한 규정"이라며 "답안지가 회수돼 부정행위 가능성이 없어진 A군을 화장실에 가게 한 행위가 규정 위반이라고 보긴 어렵고, 또 위 규정의 목적이 학생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시험 종료 20분 전에 나가 고사실로 복귀하지 않았다고 해서 A군의 소재를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어 보이는 점 △B·C씨 등의 행위가 A군 자살에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은 아닌 점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반면 항소심은 인천광역시가 A군 유족 측에 약 88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지침이 부정행위 예방·방지를 위한 규정이긴 하나, 단순히 시험의 공정성·투명성·부정행위 방지만을 위한 규정이 아니다"라며 "시험 중 학생의 무단이탈을 막고 학생 보호와 교육을 위해 적절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 또한 위 규정의 취지에 포함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A군은 당시 부정행위가 적발돼 0점 처리된 중대한 사태를 겪은 상황인바, 심리상태가 굉장히 불안정했을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면서 "B씨가 C씨에게 '부정행위 적발 직후 화장실에 가겠다며 퇴실한 학생'임을 적절히 알려 주의를 기울이도록 했어야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고들이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을 처분을 받았지만,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돼야한다"며, A군의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20분 넘게 복귀하지 않았더라면 신변에 위해가 있었을 가능성을 알 수 있었을 거라 봤다.
다만 '중과실'로 보호·감독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교사 개개인이 아닌 인천광역시의 배상 책임만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