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노라'는 이 같은 트렌드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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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수치는 올해 BIFF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대중성'을 잡는데 일단 성공했다는 걸 뜻한다. 그러나 '대중성' 확보에 치중하다 보니 '아시아 영화의 발견'이란 정체성이 다소 흐려졌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된 가운데,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BIFF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도 일반 관객들과 가까워지려 애쓰고 있는 추세"라며 예전과 달라져야만 하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번 BIFF 초청작이면서 지난 5월 열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아노라'는 박 직무대행이 귀띔한 세계 영화제의 트렌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제 수상작은 으레 난해해야 할 것 같은 선입견을 탈피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종과 계층의 고민과 욕망 등을 잘 담아내고 있어서다.
다음달 6일 정식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철부지 러시아 재벌 2세와 결혼한 미국 뉴욕의 이민 가정 출신 스트립 댄서 '아노라', 본인은 '애니'로 불리기를 원하는 주인공의 이혼 소동극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약자가 분명하지만 씩씩하고 지기 싫어하는 여성 캐릭터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스크루볼 코미디의 명맥을 일부 계승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낄낄대고 웃다 보면 요즘 영화치고는 꽤 긴 2시간19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놀라운 점은 평이하다 못해 다소 진부한 내용의 막장 코믹 드라마 곳곳에 독립영화 특유의 거칠고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있다는 것이다. 신분 상승을 노골적으로 희망하는 와중에도 자신과 결혼한 상대의 마음이 진심이길 바라는 주인공의 이중적인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노리개나 다름없는 성 노동자의 일장춘몽을 냉소하고 위로한다.
BIFF와 칸도, 뻔한 내용과 형식으로 뻔하지 않은 재미와 여운을 안겨준 '아노라'의 션 베이커 감독도 OTT의 성장 등으로 급변한 영상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렇듯 대중과의 거리를 더욱 좁히는 것 말곤 뾰족한 수가 없다고 판단한 듯싶다. 자 그렇다면 이창동·홍상수·박찬욱·김지운·봉준호 이후로 차세대 '국가대표'급 감독 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영화계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