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그동안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제조업계에서는 알짜로 알려져 왔다. 기술적으로도,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회사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을 기점으로 고려아연은 대중에게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동업자 간 갈등에서 시작된 분쟁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개입하면서 세가 달라졌다.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 측에게는 사모펀드가 '백기사'로, 현 경영진에게는 '기업 사냥꾼'으로 느껴지게 됐다.
MBK파트너스는 당초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영풍과 계약을 맺고 최대 주주로 올라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내걸며, 최소 수량을 7%를 채우지 못하면 매수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수량을 넘기는 많은 주주들에게 동의를 받는다면, 사실 회사를 구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러나 고려아연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대항하자 전략을 수정했다. 소수 지분이라도 매입해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결국 5%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MBK파트너스 측은 '승리'를 선언했다.
MBK파트너스의 개입을 두고 경영진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까지 우려를 표했다. 제련소가 있는 울산 지역에서도 현 경영진을 지지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사실상 MBK파트너스가 선택한 길은 적대적 M&A다.
이러한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인수에 활용하려는 6호 바이아웃 펀드에는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가 출자했고, 중국계 자본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입장에서 MBK파트너스는 회사 자체 사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실 경영 다툼에 등이 터지는 것은 회사다. 고려아연도 당장 미래를 준비하던 여러 사업은 소모적 분쟁에 방향을 잃었고, 사업 현장 직원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기술력만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한 고려아연의 미래가 '자본 다툼'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