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작업은 나를 위로해주는 시간...어린 아이처럼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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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하정우(46)의 14번째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16일 오후 개막했다. 국내 10대 갤러리 중 하나인 대형화랑 학고재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을 앞두고 하정우는 이날 오전 처음으로 '화가'로서 기자들과 만났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하정우는 "단순히 그림이 좋아서 여기까지 왔다"며 "거창한 것도, 자랑할 것도 없고 저의 시간과 열정이 쌓여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스키아, 잭슨 폴록 등의 영화를 보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를 보며 그림을 따라그렸다고 했다. "다빈치의 스케치를 따라그리는데 너무 아름다웠다"는 그는 "에곤 쉴레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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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하정우는 일상적인 사물이나 인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해왔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간결한 선과 선명한 색채로 표현돼 단순화된 형태가 두드러진다. 과장된 얼굴에 눈, 코, 입을 강조함으로써 인물에 원시적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페르시안 카펫과 도자기, 탈, 가면 등 새로운 소재들이 눈에 띈다. 이중 카펫 연작은 2022년 모로코에서 영화 '비공식작전'을 찍던 중 시작됐다. 하정우는 "모로코에서 있었던 5개월간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화폭으로 이어졌다"면서 "그곳에는 항상 카펫이 깔려 있고 도자기가 보였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기도를 하기 위해 작은 카펫을 들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카펫 연작에서는 그간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섬세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반복적인 선과 기하학적인 문양이 조화를 이룬다. 그는 이러한 작업에 관해 "선을 이어나가고 쪼개면서 마음을 잡는 것"이라며 "그것을 완성하면서 성취감과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또한 이전에 그가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영화 '허삼관'에 관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예전에 영화 '허삼관'을 준비하면서 캔버스 천을 숙소에 붙여놓고 십자가를 그렸어요. 당시 연출과 연기를 같이 하는 것이 제겐 굉장한 도전이었고 그러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계속 선을 그려나갔죠. 마음을 잡고, 기도하는 의미로 그러한 선들을 그려나가면서 그 안을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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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작가로서 매우 규칙적인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운동선수 같은 루틴을 갖는 일상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그는 "오전 9~10시부터 오후 5~6시 까지 작업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찍는 일을 자식을 낳는 것에 비유했다. "제가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게 그림과 영화를 하나하나 '낳는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봅니다. 작품에 진심으로 제 마음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번의 법칙이라고, 그러다 보면 통하지 않을까 합니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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