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지하주택의 침수문제 해소를 위해 반지하주택을 없애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렴한 주거를 찾을 수밖에 없는 저소득 세입자 주거 기회를 생각하면 단기간에 불가능하며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반지하주택이라고 다 위험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반지하주택 침수방지는 취약계층을 위한 부담 가능한 주거기회 제공 문제와 함께 접근해야 할 사안이며, 위험도와 우선순위에 따라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서울시는 지난 2022년 8월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를 계기로 반지하주택을 포함한 주거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일련의 장단기 주거안전망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해 오고 있다. 반지하주택 전수조사를 실시해 침수방지시설 설치 필요대상 가구 약 2만8000호를 식별하고, 그 중 최우선 관리대상 약 1만5000호에 대해서는 특별히 밀착 관리하고 있다. 침수위험 반지하주택에 대해서는 침수방지시설·피난시설 등 설치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재난대비 행동요령 안내·홍보, 긴급연락망 구축,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주거상향지원, 반지하 특정바우처 제공, 반지하주택 매입 활성화 및 제도개선, 반지하주택의 체계적인 정보관리 등 가능한 모든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에 비해 실적은 저조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반지하주택 소유자들의 협조와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이 있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 시 재해에 위험한 주택이라는 낙인효과로 인해 집값 및 임대료 하락을 우려해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정부에서 이재민에게 무상 지원하는 재해의 연금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해 굳이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위험방지노력을 기울일 유인이 적은 것도 한몫한다. 반지하주택에는 일반적으로 세입자가 거주하기 때문에 소유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관심이 적을 수 있다. 서울시는 침수방지시설 설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안내문·소식지 활용 등 시민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정책적 의지를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반지하주택 침수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유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을 이끌어내도록 책임을 부여하고 유인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침수위험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심각한 경우에는 소유자로 하여금 침수방지시설 등의 설치를 강제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침수위험에도 불구하고 소유자가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세입자 등이 인명피해를 입은 경우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필요하다. 현재까지 물막이판·역류방지밸브·피난시설 등 각종 침수방지시설 설치 무상지원사업을 해왔는데, 침수피해에 대한 조건 없는 무상지원을 지양하고,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다양한 지원사업의 요구조건 및 인센티브로 활용하여 소유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침수위험도에 상응한 소유자의 침수방지의무 부여, 공공지원에 상응한 침수방지노력 조건 부여, 자발적인 침수방지노력에 상응한 인센티브 부여를 근간으로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행정기관의 책임성과 재정에 의존하는 현재의 재해예방체계에 소유자 등 시민들의 의무와 책임 또한 강화돼야 한다.
반지하주택 침수위험 해소는 주거안전 취약계층의 보호와 복지 실현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어렵다고 중단할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또한 반지하주택 문제는 과거 급속한 도시개발과 양적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 부산물로서 오늘날에는 주거지 난개발 및 노후화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이다. 따라서 차제에 반지하주택의 재해위험이나 거주자 특성뿐만 아니라 건축적 특성과 지역적 특성을 아울러 고려하여 유형화하고, 유형별 특성에 따른 방재성능기준 마련, 안심 주거환경 조성 및 관리방안, 도시정비사업과의 연계방안 등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