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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지 엘크로니스타 등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은 15일(현지시간) "다음달 18~19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참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난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는 건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남미 대륙의 최대 경제파트너이자 메르코수르의 양대 축인 두 나라 정상이 이렇게 긴 공백을 두고 만나지 않은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극우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이념적 대척점에 서 있는 좌파 성향의 룰라 대통령을 '부패한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며 그간 만남을 피해왔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7월 브라질을 방문했지만 룰라 대통령을 만나지 않고 우파 회의에만 참석하고 귀국했다. 같은 달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도 밀레이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불참했다.
이렇듯 갈등을 빚던 양국 관계는 베네수엘라 대선 부정선거 의혹이 터지면서 극적으로 봉합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가 아르헨티나와 단교하자 브라질은 베네수엘라 주재 아르헨티나대사관의 관리를 대행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대사관에는 망명을 신청한 베네수엘라 야당 정치인 6명이 피신해 있었다. 현지 언론은 "이 사건을 계기로 아르헨티나-브라질 간 관계 회복이 급물살을 탔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지 언론에 따르면 G20에서 밀레이 대통령을 만나는 룰라 대통령은 메르코수르-EU FTA를 최우선 현안으로 다룬다는 구상이다. 메르코수르와 EU는 FTA 협상 개시 20년만인 2019년 원론적인 합의에 도달했지만 EU가 들고 나온 '그린 딜' 조건 충족 요구 등으로 아직 서명되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12월 협상에서 1년 내 FTA건을 마무리한다는 로드맵에 합의했으나 이후 경과는 공개된 게 없다.
다만 물밑에선 활발한 협상이 있었다는 게 외교 당국의 설명이다. 현지 언론은 복수의 외교부 소식통을 인용, "내달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서 FTA 서명이 발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브라질을 방문한 아르헨티나 의원들을 만난 다니엘 라이몬디 주브라질 아르헨티나 대사는 이와 관련해 "협상에 진전이 있다"며 "다만 FTA 서명은 (11월 G20 정상회의보다 늦은) 12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리는 하반기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발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브라질에 비해 EU와의 FTA에 소극적이었던 아르헨티나에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우파 언론이 들어섰고 △EU가 '산림훼손 수입품 금지법' 시행을 1년 연기하기로 하는 등 그간 큰 걸림돌로 작용한 '그린 딜'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 어느 때보다 FTA 서명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림훼손 수입품 금지법은 산림을 전용한 농지 또는 벌목 등으로 자연을 훼손한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과 유통을 금지한다는 게 주요 내용으로 EU의 녹색사업정책인 그린 딜의 핵심 법이다.
현지 언론은 "유엔총회 참석차 지난달 미국 뉴욕을 방문한 룰라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라고 EU를 압박한 바 있다"며 브라질의 구상대로 G20 정상회의에서 FTA 서명이 발표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원한 외교부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에 파라과이나 우루과이 등 메르코수르 정회원국 정상이 초청을 받는지 지켜보면 무언가 힌트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