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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에도 허 감독 특유의 차갑고도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있다. 자식의 안위 앞에서 추악한 본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가진 자와 배운 자의 이중적인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위선과 도덕적 해이, 속물 근성을 직격한다.
돈되는 일이라면 살인을 저지른 재벌 2세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도덕 규범을 중시 여기는 자상한 성품의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는 형제이면서도 이렇듯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서로의 신념을 인정하며 각자의 인생 기준을 고수하던 이들은 어느 날 자녀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 화면을 보고 난 뒤 갈등에 휩싸인다. '재완'은 유학 준비중인 딸 '혜윤'(홍예지)의 앞날을 위해 범죄를 은폐하려 하고 '재규'는 아들 '시호'(김정철)의 자수를 고집하는 와중에, '재규'의 아내인 '연경'(김희애)은 시아주버니의 의견에 동조하며 남편을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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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인물 구성은 대한민국 중산층 이상을 오랫동안 지탱해 왔던 '가족 신화'의 헛점을 통렬하게 비판하기 위한 주된 장치로 사용된다. '가족은 무조건 보호해야 하고 같은 편이어야 한다'는 믿음과 '잘못한 자는 가족일지라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당위 앞에서 '재규'와 '재완' 그리고 '연경'과 '지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어 딜레마 해결의 마지막은 도입부와 완벽한 수미쌍관을 이루며 충격적인 파국으로 막을 내린다.
출연진 가운데 '창궐' 이후 6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장동건의 '땅에 발을 딛은' 연기는 다소 낯설 수 있음에도 설득력이 있다. 그동안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해 온데다 극중 '재완'이 감정의 진폭이 가장 큰 인물인 탓에 관람 전까진 살짝 우려가 앞서지만, 막상 보고 나면 진한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가 2012년 출간한 소설 '더 디너'가 원작으로, 네덜란드·이탈리아·미국에서 한 차례씩 영화화됐다. 여유가 된다면 비교해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