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됐어도 경제적 부담 여전, 생활비 아껴야"
|
14일 정오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마트에서 만난 주부 이모씨(45)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가계 부담을 토로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이씨는 장을 보면서도 가격표를 꼼꼼히 살피며 할인 상품만 골라 담고 있었다. 이씨는 "과일도 예전처럼 자주 못 사먹는다"며 "외식을 줄였는데도 장보는 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알뜰 먹거리'가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1000원짜리 커피와 3000원짜리 햄버거 같은 저렴한 메뉴들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여의도의 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동료들과 저렴한 메뉴를 찾아 다닌다"며 "비싼 식당 대신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인플레이션) 속에서 마트의 '점심특선'도 구세주로 떠올랐다. 이날 여의도의 한 마트에서는 점심시간에 맞춰 김밥, 샌드위치 등을 20% 할인하는 이벤트가 진행되자마자 매대는 텅 비어버렸다. 마트 관계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할인 행사를 하는데, 12시가 되기 전 거의 다 팔린다"며 "손님들이 '더 없냐'는 문의를 계속 받는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인근 한 편의점 관계자는 "1000원대 커피와 간편식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저렴하면서도 기본적인 만족을 줄 수 있는 가성비 먹거리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국은행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 금리를 3.5%에서 0.25% 내린 3.25%로 인하했다. 이는 경기 침체와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 본격적인 침체 전 금리를 내려 민간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고물가의 부담을 덜자 못하고 소비 심리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직장인 박모씨(38)는 "금리가 내려간 건 알지만, 물가는 여전히 비싸서 체감상 달라진 건 모르겠다"며 "생활비를 아껴도 나가야 할 돈이 많아 힘든 건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들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커진다. 동작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모씨(62)는 요즘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박씨는 "고기를 사러 오는 손님도 예전만큼 많지 않고, 사는 양도 적다"며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사가는 상황이다 보니 이렇게 장사하면 남는 게 없다"라며 매출 감소로 인해 상품 주문량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실물 경제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하며, 재정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가 내수에 영향을 미치려면 보통 9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며 "이로인해 금리 인하만으로 당장 소비가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이어 "정부가 물가 상승과 내수 침체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비 바우처와 같은 직접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